BOA, 모기지ㆍ카드부실 확대
생보사 손실도 사상 최대 기록

미국 금융산업의 간판인 씨티그룹이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아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면서 다음 차례는 어디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씨티에 대한 구제금융 이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일부 상업은행과 하트포드파이낸셜 푸르덴셜 젠워스 등 생명보험사들이 다음 타자로 대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BOA는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과 2위 투자은행 메릴린치를 차례로 인수해 금융위기의 '승자'로 부상했으나 최근 주택 경기 침체에 따른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과 신용카드 부문 부실 확대로 재무건정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BOA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52%나 폭락,60% 급락한 씨티그룹의 뒤를 잇고 있다.

투자관리회사 파 밀러 앤드 워싱턴의 마이클 파 사장은 "주가 동향으로 보면 BOA가 다음 차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의 파고가 투자은행을 넘어 금융위기의 승자로 꼽히던 상업은행까지 덮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생보사들도 거론된다. 이미 미 최대 생보사인 AIG가 152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생보사들의 어려운 상황을 드러냈다.

또 다른 보험사인 하트포드파이낸셜그룹은 지난 3분기 26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내며 189년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내놨다. 미 2위 생보사 푸르덴셜파이낸셜도 1억8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소형 생보사인 젠워스 역시 2억5800만달러의 손실이 났다.

생보사들은 미 최대 채권 투자자다. 1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회사채와 4620억달러의 국채를 갖고 있다. 생보사들은 "우리가 무너지면 기업금융이 마비되고 채권시장이 대혼란에 빠진다"며 "생명줄(구제금융)을 보내달라"고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가 생보사 지원에 선뜻 나서줄지는 미지수다.

한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3분기 중 위험 증후가 있다고 분류되는 부실 은행 숫자가 117곳에서 171곳으로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부실 은행 수는 1995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