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혁 < 부경대 교수 · 경제학 >

수도권 규제 완화방안과 관련해 지방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의 입장에서 본다면,이번 정부의 조치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지방경제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시책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수도권 집중의 가속화와 지방경제의 공동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경제가 진정으로 살 길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방경제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경쟁력이 국내를 넘어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해야 한다. 즉 지방의 상대는 수도권이 아니며 수도권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지방의 살 길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지방과 수도권은 베이징 도쿄 싱가포르 대만 등 세계 각 지역과 경쟁해야 하며,서로 동반 협력해 세계 시장의 거친 파고를 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방과 수도권의 문제를 푸는 해법은 서로를 견제하기보다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며,특히 지방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해법은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다. 그간 국내외 다수의 지역경제 활성화 사례들은 기술선도 기업의 유치와 기업 환경의 개선이 지역 번영의 토대임을 보여준다. 그것은 미국 영국 아일랜드 등 주요 선진국들과 중국 베트남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채택해 성과를 거둔 정책일 뿐 아니라,국내에서도 유사한 성공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경남 사천의 진사공단은 입지여건이 불리해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정부가 외국인전용공단으로 지정한 뒤 해외 유수 기업들을 다수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간의 국내외 정책적 경험들을 토대로 지역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들어보자.

첫째,무엇보다도 지방에 저렴하고 우수한 산업용지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남권 지역만 하더라도 산업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으로서,부산.울산.창원지역의 공장부지 지가가 평당 4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지방경제를 진정으로 살리고자 한다면 산업단지 개발과 관련된 각종 토지이용규제 권한을 지방으로 이관해야 한다.

둘째,지방의 산업용지에 입지하는 기업들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해야 한다. 특히 신규 입지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과 입지보조금 지원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공히 사용하고 있는 보편화된 시책이다.

셋째,지방 이공계 대학의 우수 입학생들과 공업계 고교생들에게 학비 전액에 해당하는 정부장학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수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고 인적 자원이 고갈돼 가고 있는 지방대학과 전문계 고교를 지원하며 지방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력을 공급해야 할 것이다.

넷째,비수도권 지역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대폭 감면하거나 점차 폐지해야 한다. 미국 영국 유럽의 경우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톨게이트 자체가 없는 아주 편리한 도로망체계를 가지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화물차,버스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간다면 지방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정책수단들을 정부가 최근 구체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방이전기업을 위한 보조금 확대와 법인세 감면,지역사업을 위한 맞춤형 규제완화,그리고 산업단지 공급확대 및 노후 산단.항만 재정비 등이 그렇다. 이 같은 정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지방경제를 살리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