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는 미국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부자들의 지갑을 여전히 꽁꽁 얼어 붙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25일 그동안 거액을 기부해왔던 주요 기관과 기업, 대형 은행들이 불황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면서 자선사업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선단체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내년도 기부 활동을 다소 조절하겠다고 밝혀 현재의 심각한 경제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화학공업과 석유 사업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코흐 케미컬 테크놀로지 그룹의 데이비드 코흐 회장도 뉴욕시 맨해튼 링컨센터에 위치한 뉴욕주립극장의 수리 비용으로 1억달러를 내놓는 것으로 올해의 자선사업을 끝냈다.

유가 하락으로 올해 수익률이 지난 해보다 50%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코흐 회장은 "새로운 기부를 할 생각이 없다"면서 몰려드는 자선 요청을 거절했다.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간신히 회생한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의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 전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자선사업을 계속 유지하겠지만 한달 전보다는 그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린버그 전 회장에 따르면 AIG 산하의 스타(Starr) 재단의 자산은 지난 2월 4천770만달러에서 10% 수준인 지난 10월 400만달러로 급감했다.

의학 연구와 유대인 활동을 지원해 온 억만장자 셸던 아델슨 라스베이거스 샌즈 회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300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아델슨 회장은 젊은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여행을 지원해온 '버스라이트 재단'에 대한 기부금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이곳에 6천700만달러를 기부했지만 내년에는 200만달러, 2010년에는 1천만달러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암이나 심각한 혈관 장애를 앓는 어린이들을 지원해주는 '투머로우 칠드런스 펀드'는 그동안 월가(街)의 기부자들에게 크게 의존해왔는데 경제 위기로 인해 지난해보다 기부액이 80만달러 가량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