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글로벌 제도개선 틀 제시"
"은행 건전성 의심…오해 부를수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회계기준 등에 대한 개선을 세계금융안정화포럼(FSF) 활동을 통해 제안하려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기로 제도 개선 공감대"

정부는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BIS 비율 제도나 레버리지(차입) 규제 등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이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G20 재무장관회의는 2008~2010년 의장국인 우리나라 브라질 영국의 트로이카 체제가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이 주도적으로 G20 내 의견을 모으면 BIS가 실무작업을 통해 구체적인 건전성 규제 개선의 세부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난번 G20 회의에서 발표한 이행계획 중 BIS 비율 등 금융 건전성 규제의 경기순응적인 성격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것과 비슷한 표현이 있다"며 "호황기에 대출이나 레버리지를 크게 늘렸다가 불황기에 이를 줄이는 경기순응적 성격은 경기의 진폭을 크게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리나라만 BIS 비율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라며 국제금융의 틀 내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은행 건전성 의심받을 수도"

하지만 대통령이 굳이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2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BIS 비율 완화로 은행 건전성이 약화되면 금융권 전체의 부실을 키우고 버블을 양산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회사 건전성을 침해하는 조치를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BIS 비율은 수십년간 통용돼 온 국제 감독 기준으로 상황에 맞춰 내리거나 올리는 게 아니다"며 "만약 BIS 비율이 위험하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높이면 되는 거지,괜히 우리가 앞장서서 내리자고 하면 (해외 신용평가사 등으로부터) 의심만 받는다"고 말했다.

또 '은행들이 기업 대출에 나서지 않는데 복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BIS 비율을 언급한 것은 은행들에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페인식 역발상 논의도

정부와 학계는 경기가 어려울 때 은행 대출이 위축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페인의 선제적ㆍ동태적 대손충당금제도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하고 있다. 스페인 감독당국은 경기 호황기 때 대손충당금을 추가적으로 적립하도록 하고 불황기에는 추가 적립된 대손충당금을 사용해 대출 여력 약화를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계적인 건전성 감독 기준 변경과 관계없이 우리나라만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스페인식 대손충당금 제도를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은행 성과보상 기준,감독 규정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대규모 작업"이라며 "국제금융계의 기준에 맞춰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스페인식 대손충당금 제도는 필연적으로 은행의 유동성이나 신용을 축소시키기 때문에 안정성을 보장하는 대신 은행산업의 발전을 제한할 수 있다.

정재형/김현석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