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한명 바꿔 잘된다면 매일 바꿀것

이명박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아.태경제협력체(APEC) 참석 후 로스앤젤레스로 가던 도중 기내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대북,개각,공기업 민영화 등 국정 전반에 관한 입장을 소상히 밝혔다. 간담회는 특별기 내 회의실에서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장관 하나 바꿔서 나라가 잘될 것 같으면 매일 바꾸겠다"며 국면전환용 인적 쇄신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회의가 열리면 갈 때마다 새로운 사람(장관)이 나간다"며 "우리가 상대하는 모든 나라는 똑같은 사람이 나타나는데 우리는 할 때마다 사람이 바뀌면 뭘 아느냐,(타국 장관들) 얼굴 익히는 데에만 한참 걸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가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을 바꿔야 하는데 안 바꾸겠다'고 (말한 것으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 (인사의) 원칙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해 개각 가능성도 열어놨다.

경제부총리제 부활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국에 부총리가 있는 것 봤느냐.독일도 미국도 재무장관이 2인자"라며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지 한 사람 의견으로 일사불란하게 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북 문제와 관련,이 대통령은 "지금은 철저한 한.미 공조를 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을 상대하는 데 '통미봉남'이라는 용어는 이제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버락 오바마 신정부가 직접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든,또 어떤 조치를 취하든 한국과 사전에 충분한 교류와 합의하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문제가 지금은 어색하고 냉랭하지만 화해와 공동 번영,상생하겠다는 생각을 일관되게 갖고 있다"며 "좀 힘들어도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은행 민영화 시기를 늦추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금융 위기로 인해 값이 내려간 상황에서 팔게 되면 국부유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규제 완화나 다른 공기업의 경영개선 조치 등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했다.

이 대통령은 남미 세일즈 외교의 성과도 소개했다.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페루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한국 현지 기업들이 어려운 점을 각국 대통령에게 알려주면 직접 답변토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기왕에 이렇게 멀리 왔으면 내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상회담 가서 적어준 것 읽고 회의 끝나고 악수하고 돌아오는 회담을 100번 하면 뭐하느냐"고 반문했다.

로스앤젤레스=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