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시성(江西省)의 벽지인 원탕전(溫湯鎭) 샤공춘(下鞏村).성도인 난창(南昌)에서 세 시간 남짓 떨어졌지만 산을 몇 개나 넘어야 하는 중국의 전형적인 산골 농촌이다. 지난 20일 이곳에선 '잔치'가 열렸다. 삼성 중국본사의 희망학교건설 기공식이 개최된 것.장시성의 고위관리들도 참석하는 행사는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희망학교건설은 중국삼성이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다. 중국 내 각 지방 법인들이 하나의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어 지원해주는 '일심일촌(一心一村)',백내장 환자들의 눈을 수술해주는 '애지광행동(愛之光行動)'과 더불어 희망소학교 건설은 중국삼성의 3대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이날 행사는 현장에 참여한 많은 중국인들에게 감동을 줬다. 중국삼성이 중국인들도 모르는 벽지에다 지난 3년간 45개의 학교를 지었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비슷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삼성이 글로벌 기업들과 다소 차이가 나는 점은 진정성이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장시성의 한 관리는 "다른 기업들은 돈만 보내주지만 삼성은 돈과 함께 마음도 직접 가져왔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베이징에서부터 따지자면 비행기와 차를 번갈아타면서 거의 하루가 걸리는 외진 곳에 박근희 중국삼성 대표를 비롯한 중국삼성의 고위 임원들이 모두 찾아온 것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물론 이런 활동은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 작은 시골이지만 그 지역 방송을 통해 삼성의 활동이 소개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휴대폰이나 TV를 한두 대 더 팔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부차적인 것인지 모른다. 샤공춘의 한 촌부가 말한 것처럼 "한국의 삼성이 정말 좋은 일을 한다"는 걸 많은 중국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게 더 큰 수확인 듯하다. 중국과 한국의 간극을 좁히고,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기업들이 더 중국에서 사랑받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초보자인 중국인들에게 기업존재의 또 다른 의미를 중국삼성이 말없이 가르쳐주고 있었다.

이춘시 원탕전=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