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표팀 사령탑 시절에도 중동에 오면 쉬운 경기가 없었다. 오일달러를 이용한 텃세보다시차가 나는 데다 무더운 기후가 발목을 잡는다.환경적인 부분 중 특히 달라진 기후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일전을 앞둔 축구대표팀이 중간 기착지인 카타르 도하에 도착한 가운데 무더위 적응이 허정무호의 중동 원정 성공에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5시) 도하국제공항에 도착한 태극전사들은 16시간의 장거리 비행에도 피곤한 기색 을 보이지 않고 밝은 표정이었지만 가장 힘들 게 한 건 시차보다 더위였다.

실외 기온은 섭씨 30도를 넘나들어 인천국제공항을 떠날 때 쌀쌀한 날씨를 경험했던 선수들은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카타르와 평가전(14일 오후 7시)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예선 3차전(19일 오후 7시35분.이상 현지시간)은 모두 한낮의 무더위가 한풀 꺾인 시간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한국의 늦가을 날씨에 익숙한 태극전사들이 낮 동안 무더위에 지치면 실제 경기를 할 때 체력 소모가 상대 선수들보다 훨씬 커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허정무 감독의 고민거리다.

그동안 한국이 비슷하거나 앞선 경기력을 가지고도 중동팀을 상대로 한 원정 경기에서 힘을 내지 못했던 건 극성스런 홈팬들의 응원 못지 않게 무더위 적응에 애로를 겪었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이 한국의 `천적'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외나무다리 대결을 앞두고 카타르를 평가전 상대로 고른 건 이런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차가 전혀 없는 반면 기후 조건은 열악해 더위 적응력을 키울 수 있어서다.

허 감독은 "장소를 물색하다 사우디와 가장 가까워 카타르를 선택했다.

카타르는 오히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보다 습도가 높아 건조한 사우디에서 경기하기가 더 편할 수 있다.

사우디가 척박한 환경이지만 도하에서 잘 적응하고 들어간다면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카타르와 평가전이 끝난 후인 16일과 17일 차례로 대표팀에 합류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도르트문트), 박주영(AS모나코), 김동진(제니트), 오범석(사마라)에 대해서는 "일찍 보내달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어쩔 수 없었다"면서 "기후 적응 문제가 있지만 (유럽과)시차가 크지 않아 얼마나 컨디션을 유지하느냐가 변수"라고 말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B조에서 1승1무를 기록 중인 허정무호가 중동의 거센 모랫바람과 무더위를 극복하고 1989년 이탈리아 예선 2-0 승리 이후 19년간 승리를 허용하지 않았던 `사우디아라비아 무승 징크스'를 털어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하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