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심장학회 "과일ㆍ야채ㆍ콩 많이 먹고, 고지방식 육류ㆍ치즈 섭취 줄여야"

10~14일 일정으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심장학회(AHA) 연례 학술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1만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 심장건강과 관련한 최근의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서도 주목을 받은 것은 심장건강과 관련된 식습관(영양섭취)에 대한 것이었다.

그동안 각종 질환을 예방하는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았던 과일과 야채는 최신 연구에서도 심장질환 위험지표를 줄여주는 효과가 관찰됐다.

또한 땅콩이나 완두콩 등의 콩류도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규명됐으며, 허브차의 일종인 하이비스커스차도 고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이 됐던 비타민C와 E의 경우 심장건강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으며, 동물의 트랜스 지방이 산업용 트랜스 지방 만큼 유해한 콜레스테롤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주의를 환기시켰다.

학회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심장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좋지 않은 음식을 정리해 본다.

◇ 야채.생선 적게 먹으면 좌심방에 나쁜 영향 = 미국 필라델피아 드렉셀대학 보건대학원의 롱지안 리우(Longjian Liu) 교수는 지방질이 추가된 음식, 압축된 육류, 치즈 등을 많이 섭취하고 야채, 콩류, 포도주, 녹차와 홍차, 생선 등을 적게 섭취하면 중요한 심장질환 위험 요소인 좌심방 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쳐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대상증후군은 몸에 좋은 고밀도콜레스테롤(HDL)의 혈중수치가 낮으면서 혈압, 혈당, 혈중 중성지방은 높고 복부비만인 경우를 말한다.

보통 이 중 3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으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된다.

연구팀은 임상적으로 심혈관계질환이 없는 약 5천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허리둘레, 혈중 중성지방, 공복혈당, 고농도 지방 단백질 콜레스테롤,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 좌심방 기능 등 대사 증후군과 관련이 있는 식사 습관을 연구했다.

이 결과 고지방식 식사를 하는 사람은 좌심방 기능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반면 과일과 야채, 생선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좌심방 기능에 문제가 없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이 따라서 심혈관질환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려면 평소 고지방식 식사를 줄이고, 야채와 생선, 녹차 등을 즐겨 마실 것을 권고했다.

◇ 과일과 야채, 혈관 기능을 향상시켜 = 영국 벨파스트 퀸즈대학 대미안 맥콜(Damian McCall) 교수팀도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는 사람이 심혈관질환 발생 비율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118명의 고혈압 환자에게 매일 과일 및 야채를 먹게 한 뒤 조사한 결과 1회 먹을 때마다 혈액 흐름이 6.2%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일과 야채의 섭취량을 증가시킨다고 해서 혈관 내피가 확장돼 혈관 기능이 좋아진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 대두 이외의 콩류 LDL-콜레스테롤 낮춰 = 미국 뉴올리언스의 투레인대학 리디아 바자노(Lydia A. L. BAzzano) 교수팀은 대두 이외의 콩류(Non-soy Legumes)가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두 이외의 콩류로 땅콩, 완두콩, 강낭콩, 흰 강낭콩, 이집트콩 등을 언급했다.

연구팀은 대두 이외 콩류의 효과와 혈액 내 지방을 평가하기 위해 298명을 대상으로 12번에 걸쳐 무작위 비교 분석을 실시했다.

이 결과 콩류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한 사람들의 평균 콜레스테롤 수치가 13.52㎎/㎗이었고 LDL수치가 평균 10.8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하이비스커스 차, 경증 혈압 낮춰 = 허브차의 일종인 하이비스커스차를 매일 3잔 마시면 고혈압 이전 단계와 경증 단계에 있는 성인의 혈압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번 연구는 미국 보스톤의 투프츠대학 다이앤 맥케이(Diane Mckay) 교수팀에 의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수축기 혈압이 120~150㎜Hg이고 이완기 혈압이 95㎜Hg인 남녀 성인 6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이중 맹검 위약 대조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이 실험에서 한 그룹은 하이비스커스 차를 매일 3잔씩 6주일 동안 마시게 하고 다른 그룹은 위약 음료를 마시게 했다.

그 결과 하이비스커스 차를 마신 그룹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7.2포인트 내려간 반면 위약 음료를 마신 그룹에서는 1.3포인트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험 시작 당시에 수축기 혈압이 높은 사람(129이상)의 경우 혈압이 13.2포인트나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하이비스커스 차를 마신 사람들의 이완기 혈압도 위약 대조군 보다 많이 내려간(6.4포인트 대 1.3포인트) 것으로 관찰됐다.

◇ 비타민CㆍEㆍ엽산, 심장병 예방효과 없어 = 그동안 심장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비타민C와 E, 엽산이 남성에게서 심장병을 예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비타민E는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하버드 브리엄 여성병원의 마디아 가지아노와 하워드 세소 박사팀은 지난 97년부터 50세 이상의 남성 의사 1만4천641명을 비타민E, 비타민C, 비타민E와C, 가짜약 등을 복용하는 4개 그룹으로 나눠 평균 8년간 추적 관찰했다.

비타민E는 하루 400유닛을, C는 하루 500㎎을 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결과 평균 8년이 지난 후 심장마비나 뇌졸중, 심혈관계질환에 의한 사망률 모두 비교 대상 그룹들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비타민E를 단독으로 섭취한 사람 중 39명은 출혈성 뇌졸중이 나타나 다른 그룹의 평균 23명에 비해 위험도가 더 높았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과 일부 비타민 제조회사들의 기금을 받아 이뤄졌는데, 논문은 미국의학협회저널 온라인판에 실렸다.

비타민E를 먹는 남성 흡연자들의 경우 출혈성 뇌졸중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과거에 발표됐고, 다른 연구에서도 심장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세소 박사는 "비타민C만 놓고 보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암과 싸우지는 않는다"면서 "심장질환 고위험군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전 연구에서도 비타민C는 심장마비를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소 박사는 "이 같은 연구결과가 여성이나 소규모집단, 다른 비타민 조합군이라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제인 아미타지(Jane Armitage) 박사팀도 1만2천여명의 심장마비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엽산(비타민B9)과 비타민12를 장기간 투여한 결과, 비타민이 심장질환을 예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논문을 리뷰(review)한 미국 메릴랜드 하이야츠빌 메트스타연구소의 영양과학자 바바라 하워드(Barbara Howard)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비타민이 심장건강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 보다는 오히려 비타민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심지어 "경제가 어려운 때에 비타민을 사먹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도 말했다.

하워드 박사는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칼로리 균형을 맞추고, 운동을 통해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평상시 과일, 전곡류를 많이 먹고, 설탕과 나트륨 섭취를 최소화하는게 심장질환 예방을 위해 좋다"고 권고했다.

(뉴올리언스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