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따라 상시조정…일부선 카드론 쓸수 없게해

조달금리 상승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신용카드 회사들이 고객에게 부여한 카드 이용한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은행권을 시작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개인의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카드 사용으로 대규모 연체가 발생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카드 이용한도를 축소하면 카드사들은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줄여도 되는 만큼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주 고객들의 카드론 이용한도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등 대출한도 감액 작업에 들어갔다. 이용한도 감액은 그간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대출서비스 이용 실적이 저조한 고객을 중심으로 시행됐다. 100만원 이상의 카드론을 이용할 수 있던 고객도 이용 실적에 따라서 카드론을 전혀 쓸 수 없게 되는 등 큰 폭의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한카드는 고객의 신용도나 사용 실적에 따른 한도 조정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신한카드와 LG카드 통합 당시에도 두 회사 카드를 모두 갖고 있던 고객 중 30%에 대해 이용한도를 일부 축소한 적이 있다.

현대 롯데 등 다른 카드사들도 현금서비스 이용을 텔레마케팅으로 권하는 것과 같은 방식의 대출 관련 마케팅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취급 규모는 최근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거나 증가세가 확연히 꺾이고 있다. 삼성카드의 3분기 카드론 취급액은 8934억원으로 2분기보다 1.7%(152억원) 줄었고 현금서비스는 2조281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 증가에 그쳤다. 신한카드는 3분기 1조820억원의 카드론을 시행해 취급액을 2분기보다 9.8% 줄였다. KB카드는 현금서비스 취급액을 전 분기 대비 2.3% 줄였다.

카드사들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줄이는 것은 하반기 들어 카드채 발행금리가 연 8%대 중반까지 치솟는 등 조달비용이 커진 데다 경기 하강에 따른 연체 위험이 높아진 탓이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를 챙기는 신용판매보다 연 10% 이상 이자를 받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수익성이 높아 이 부문의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였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03년 카드대란도 과도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영업이 도화선이 됐다"며 "경기침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이용한도 축소가 바람직하지만 자칫 급격한 한도 감액이 소비 위축과 신용 경색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 "적절한 범위에서 한도 감액이 이루어지도록 감독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