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원 < 순천대 교수ㆍ경제학 >

미국발 금융위기의 한파로 우리나라에서도 위기론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2000년대 초반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신화'를 통해 외환위기를 훌륭히 극복한 선례를 갖고 있다. 그 결과 우리 IT(정보기술)산업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비중이 약 16%로 성장했고 국내 핵심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 지금의 경제위기도 '제2의 IT신화'를 통해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분산된 IT산업정책의 단일화를 통해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급선무다.

우선 IT와 관련된 정부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여러 부처에 분산된 IT산업정책 기능을 통합·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부처 간 역할 조정에 8개월이 소요된 것과 똑같은 유형의 부작용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범국가 차원의 IT산업정책을 주도하는 부처가 없는 탓이다.

또 IT 관련 정책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직 정비가 필요하다. 방통위는 5인 합의제 기구로 구성돼 있으며,소관부서에서 1~2개월간 정책을 검토해 여러 개 대안을 위원회에 상정하면 심의까지 또다시 1~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안건이 위원회에 상정되더라도 위원 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다음 회기로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의사결정은 사무처에 위임하고 위원회에는 거시적인 정책결정 권한을 주게 되면 불필요한 시간 낭비로 인한 국가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 유럽연합 등 거의 모든 국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 간 공조를 최대 현안으로 다루고 있는 마당에 부처 간 이기주의로 인해 국내 IT산업이 표류돼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 지식경제부와 방통위가 IPTV사업 관할권을 방통위로 일원화하고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와이브로 홍보대사로 적극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정부가 자기 소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야,정부,사업자,소비자 등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범국가 차원의 '제2의 IT신화' 청사진을 제시하고,이를 주도하는 통 큰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