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탄소 녹색 성장을 통한 환경혁명의 비전

"전기요금체계가 바뀌어야 합니다. 국내 산업용 전기는 원가보다 더 저렴하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조용성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인구밀도는 높으면서 유럽보다 평균 규모가 20% 더 큰 차량을 집집마다 갖고 있는 한국이 하이브리드 차만을 해결책으로 주장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정래권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

'저탄소 녹색 성장을 통한 환경혁명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 국내외 환경 전문가들은 글로벌 환경의 미래를 논하기 위해선 현재 정부의 비효율적인 환경 정책과 국민들의 잘못된 에너지 사용 습관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원자력 에너지에 관해서는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연 원자력이 녹색성장에 기여할 것인지의 여부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조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 세션에서는 미하일 로코 미국 과학재단 선임고문과 더크 필라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산업 디렉터,정 대사가 참여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각 가정이 내는 전기요금은 OECD 회원국 평균의 60%에 불과하다"며 "그렇게 낮게 유지되는 것은 산업 경쟁력과 물가 상승 억제에 기여하지만 에너지 절약 면에서는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소득세의 기반을 수입이 아닌 탄소배출량에 맞춰야 한다는 이색적인 주장도 펼쳤다. 그는 "탄소배출량 에 가격을 매기지 않는다면 누구도 적정선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 발전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라트 디렉터는 가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양에 관한 제대로 된 표준이 없다는 것도 지적했다. 그는 "얼마나 절약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기준을 세운 뒤 어떤 인센티브를 줘야 효과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관한 주문도 이어졌다. 정 대사는 "우리의 자동차 보급 문화는 미국에서 가져왔는데 땅이 넓고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과 이와 반대 상황인 한국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오히려 대중 교통문화가 발달돼 있는 일본처럼 이동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관점에서 원자력이 과연 청정에너지인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로코 선임고문은 "녹색성장을 위해 원자력 에너지가 더 널리 사용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통계적으로 봤을 때도 석탄을 쓰는 열병합발전소에서 상해ㆍ사망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에너지 전체의 70~80%를 원자력에서 조달하고 있는 프랑스를 예로 들기도 했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펼쳤다. 그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원자력이 경제성이 뛰어난지 의심해봐야 한다"며 "기존의 것은 몰라도 새로 지어지는 원자력 발전소는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데 대략 10년이 걸리는데 요즘은 토지 보상 등의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며 "게다가 폐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에서 발생한 적자를 메워 에너지 가격을 왜곡했다"며 "지금 원자력의 경제성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기준으로 싸게 측정된 전기요금에 맞춰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가 간 기술 협력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필라트 디렉터가 "첨단 기술을 이용해 경제성장에서 탄소배출량의 상관관계를 디커플링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정 대사는 "환경문제를 덜 일으키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산업으로 넘어간 선진국이 에너지 집약 산업을 근간에 둔 개발도상국에 일방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