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수주물량은 단 3척에 불과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이 전달에 비해 60% 이상 감소,2001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조선시장을 이끌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의 지난달 선박 수주량도 9월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이에 따라 조선산업의 침체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영국 조선·해운 조사기관인 클락슨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조선시장의 발주 물량은 선박 수로 총 46척,70만7458CGT(보정총·수)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9월 세계 수주량(187만3271CGT)에 비해 62.2%,지난해 같은 기간(740만9176CGT)에 비해서는 10분의 1 밑으로 떨어진 규모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주량도 선박 수로 8척,21만1849CGT로 전달(64만8482CGT)보다 67.3% 줄었고 작년 10월(235만8519CGT)에 비해선 10%도 안 된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해운시장이 위축된 데다 선박 금융마저 얼어붙으면서 발주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업계 빅3'가 지난달 수주한 선박은 고작 3척에 불과했다. 삼성중공업이 터키의 해운회사로부터 유조선 3척을 수주한 게 전부다. 9월 25억3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및 해양 플랜트를 수주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지난해 이맘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던 대우조선해양도 9월부터 두 달 연속 수주 실적이 없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률이 전분기 11.6%에서 7.1%로 크게 떨어진 상태다.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 국내산과 일본 중국 등 수입산 후판(선박 건조용 강재) 가격이 1년 새 1.5~3배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수익성마저 악화된 탓이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대형 조선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선박 발주 자체가 급격히 줄고 선박 가격마저 하락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고환율의 기회조차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가 최근 저가 발주 물량을 일부러 소화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조선 시황이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경기침체 국면이 풀리고 중소 조선업체의 구조조정이 완료되는 내년 하반기께면 다시 조선 시황이 좋아질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