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6일 이윤성 국회 부의장은 의원들을 향해 국회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부탁을 했다. "대정부질문 종료 시간을 오후 6시로 예상했는데 30분씩 일찍 끝나고 있다"면서 시간을 충분히 갖고 질의해 달라고 한 것이다. 실제로 4일과 5일 대정부질문은 각각 5시40분과 30분에 끝나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국정감사나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상임위원장들이 "시간에 유의해 달라"며 의원들에게 질의 시간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이례적인 '사건'의 비밀은 대정부질문의 진행방식에 있다. 대정부질문에서 개별 의원에게 할당된 질의시간은 15분.국무위원의 답변 시간을 포함하지 않는 대신 추가 질의시간은 없다. 단상에 오른 의원이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국무위원의 대답을 적게 들을수록 전체 질의시간은 짧아지고 대정부질문도 그만큼 일찍 끝나게 되는 것이다. 이 부의장이 "국무위원들의 답변을 충분히 들었으면 한다"고 당부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대정부질문 둘째날인 4일에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특별(?) 지침을 내렸다. "대정부질문이 시작한 이후에 자리를 뜨는 의원들이 많다"면서 "대정부질문 기간 중에는 시작 때뿐만 아니라 중간의 쉬는 시간과 마치는 시간에도 참석 의원들 이름을 속기록에 남기겠다"고 밝힌 것이다. 쉽게 말해 출석체크를 수업 중간과 끝날 때도 하겠다는 것으로 '수업'만 시작하면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잡아두기 위한 '선생님'의 고육지책이다.

대정부질문의 내용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여야로 편이 갈려 지루한 정쟁만 거듭하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재탕 삼탕하고 있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두 달째.경제위기와 관련해 정부가 제출해 놓은 법안은 한쪽에 쌓아두고 본격적인 심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다. 급박하게 흘러가는 세계 경제를 이야기하며 입버릇처럼 정부에 비상한 대책을 요구하는 의원들이 스스로는 얼마나 '비상하게' 국가적 난국에 대처하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일이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