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우리 경제 발전에 큰 역할"

"한국 스키장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폴란드에도 스키장이 있지만 슬로프는 한국이 최고입니다. 아들과 함께 지난 겨울 3개월 동안 매주 즐겼던 추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 지난해 2월 부임한 마렉 차우카 주한 폴란드 대사(42)는 6일 "한국은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데다 사람들도 역동적이어서 생활하는 데 대 만족"이라며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러시아통인 차우카 대사는 2003년 모스크바에서 귀국한 뒤 젊고 활동적인 인물이 주한 폴란드 대사관에 필요하다는 외교부의 요청을 받고 한국에 부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온 뒤 양국 간 경제 협력이 성공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보람과 함께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차우카 대사는 "한국이 교역관계를 맺고 있는 유럽연합(EU) 12개국 가운데 대 폴란드 투자가 가장 큰 규모"라며 "1989년 수교 이래 지난해 교역량은 30억유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LG 삼성 SK와 같은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폴란드 경제 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폴란드 투자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종이에다 전국 고속도로망을 그려보이면서 유럽시장 진출 교두보로서의 지리적 이점을 강조했다. 유로컵을 개최하는 2012년까지 도로 철도 원자력발전소 통신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실시돼 기술과 자본이 있는 한국 기업들에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이란 설명도 했다. 다음 달 5일 예정된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방한도 양국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과 폴란드는 역사적,지리적으로 동질성이 아주 많다는 게 차우카 대사의 주장이다. 유럽 한복판에 위치한 폴란드는 오랜 세월 러시아 독일 등 주변 강대국의 침략에 시달려 왔으며,한국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비슷한 운명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대국 중간에 자리잡은 양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물류의 통로가 되고,외국인 투자 유치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부임 1년9개월 만에 양국 간 유사점과 차이점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차우카 대사는 평소 한국에 대해 많이 공부하는 듯했다. 한국이 폴란드보다 훨씬 일찍 경제 성장을 달성했지만 옛 공산권 국가 중 폴란드만큼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성공적으로 지속해 온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자신감도 내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해선 "금융대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나라는 없지만 폴란드는 보수적인 금융정책을 써온 데다 경제 펀더멘털이 좋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란드인들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요즘 최대 화두는 역시 경제 성장"이라며 "폴란드는 정치가 투명하고 안정돼 있으며 국민도 한국인처럼 근면성실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위상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최인한 기자/김영주 인턴(한국외대 4학년)/사진=김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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