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신세계회장 21만주 사들여…기업 자사주 매입도 늘어

주요 기업 최대주주들이 주가 급락기를 이용해 지분을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주가 부양과 함께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는 포석에서다.

증시에서는 오너들의 지분 매입은 투자자들에게 '저가 매수' 기회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보다 주가 부양 효과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최근 937억원을 들여 자사주 21만주(1.12%)를 장내에서 매입,지분율을 17.3%로 늘렸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신세계 주가가 50만원을 밑돌자 5만6500주를 매입했고 10월에는 주가가 30만원대까지 빠지자 15만3500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신세계는 이날 3.48% 오른 47만6000원에 마감하며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도 잇따르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부인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는 지난달 24일 롯데쇼핑 주식을 첫 매입한 이후 이달 4일까지 연일 이 회사 주식을 6만주 가까이 사들였다. 서씨 모녀의 지분율은 현재 0.22%에 달한다.

또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지난달 28일 이 회사 주식 5만5317주를 매입,지분율을 17.08%에서 17.32%로 끌어올렸다. 신세계를 포함,유통 '빅3' 오너 및 일가가 주가 부양을 위해 주식 매입에 나선 셈이다.

롯데쇼핑처럼 최근엔 오너의 자녀(딸)들이 자사주를 사는 사례도 늘고 있다.

S&T홀딩스는 최평규 회장의 딸인 최은혜씨와 최다혜씨가 지난달 말 각각 10만주씩 매입,새로 주주로 올라섰다. 한라건설의 경우도 급락장에서 오너인 정몽원 회장이 2만1030주를 사는 것과 함께 정 회장의 딸인 정지연씨도 3만7000주를 매입했다.

이 밖에 이재웅 다음 창업자와 정복임 케너텍 대표,김창수 F&F 대표 등도 급락장을 활용해 보유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오너들이 직접 주식을 매입해 지분을 확대하는 것은 주가가 바닥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기업의 자사주 매입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당 기업의 오너 입장에서는 지배구조를 강화하면서 경영권이나 재산을 물려받을 2,3세들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취득도 급증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자사주를 직접 또는 신탁으로 취득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112개사로 작년 같은 기간(66개사)보다 69.7% 급증했다. 취득건수와 주식 수도 각각 139건,9635만주로 67.5%,50.8% 증가했다.

다만 주가가 떨어진데다 중·소형사들의 자사주 취득이 크게 늘어나 취득금액은 2조2173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6030억원)보다 51.8% 감소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