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2일 `영어 사용 의무화' 논란 이후 LPGA 소속 한국 선수들의 미국 적응 문제를 스포츠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일요일 스포츠 섹션 1면톱과 10면 전면에 걸쳐 태극기와 함께 `문화 충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영어 사용 의무화 논란 이후 한국 선수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빠른 방식으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LPGA에 등록한 외국 선수 120명 가운데 한국 선수는 45명. 이 가운데 2008년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선수는 지금까지 모두 7명이며, 상금랭킹 20위 안에 드는 선수만도 8명이라고 소개한 이 신문은 현재 미래의 LPGA를 꿈꾸며 `퓨처스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가 30여명에 달해 지금과 같은 추세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 한국선수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우승이나 괄목할 성적을 냈을 때 방송사와의 인터뷰라면서, 지난달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김송희가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던 점을 소개했다.

비록 그녀가 어머니의 통역을 해 줄 정도록 영어를 잘 하는 편이지만, 한국에서 성장한 김송희는 수없이 많은 시간을 골프 연습에 매진했을 지언정 청중 앞에서 얘기한 경험이 거의 없었다면서, "영어로 소감을 밝히는 일은 그녀가 골프 백에서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고 NYT는 소개했다.

특히 신문은 한국 문화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무슨일이든 하는 것이 미덕이라면서, 한국 선수들에게 아버지는 자신들의 직장을 버리고 투어를 따라다니면서, 코치 겸 캐디, 운전기사, 상담가, 비판가이자 요리사의 역할까지 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영어 사용 의무화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LPGA 커미셔너 캐롤라인 비벤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의 목표는 한국 선수들이 다른 문화에 동질화 되도록 만드는 것이고, 고압적인 아버지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한국 선수들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절대적이라는 것.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장 정 선수는 경찰관이었던 아버지가 사직을 하고 함께 투어를 돌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다.

장 정은 기분이 우울할 때 서울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왜 나였느냐. 왜 엄마.아빠는 나를 골프 선수로 만들었느냐"고 푸념하곤 했다고 NYT 기자에게 털어놨다.

그녀는 "당신 아버지가 당신 때문에 직장을 사직하고, 엄마는 홀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당신 기분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내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홀로 지내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말한 장 정의 아버지는 인터뷰 도중 급하게 자리를 떠 담배 한대를 뽑아 물었다.

한 살짜리 아들과 생이별을 하고 LPGA 선수로 복귀한 한희원은 또 다른 `별거의 아픔'을 경험하고 있는 케이스. 아들이 너무 보고 싶다는 한 선수는 NYT에 "모든 LPGA 한국 선수들은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다.그들에겐 오직 연습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