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끝났다. 베이징올림픽 우승 이후 더해진 열기 덕일까. 포스트 시즌 내내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종 승자를 가리는 두산과 SK 경기는 그 절정. 결국 SK와이번스가 4승1패로 지난해에 이어 2연패하면서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을 끌고 있다.

흥미로운 건 패장인 김경문 감독의 인기 또한 높다는 사실.2년 연속 졌는데도 질타와 공격보다 위로와 격려가 많다. 선 굵고 빠른 야구,믿음의 야구를 펼친다는 이유다. 실제 그는 이번 시리즈에서도 성적에 관계없이 주요 타선을 그대로 두고 투수도 여간해선 강판시키지 않았다.

'자주 바꾸면 자신감을 잃는다'는 논리다. 0 대 2로 지고 있던 5차전 9회 말 1사 만루에서 21타수 1안타의 김현수를 다시 기용한 것도 선수를 믿고 밀어붙인다는 김경문 방식을 그대로 드러냈던 셈이다. 기사회생의 기회를 놓친 뒤에도 "대타를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더 나은 타자가 있느냐"라고 되물었다는 식이다.

승자인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은 전혀 달랐다. 조금만 흔들린다 싶으면 투수를 교체하고,주자만 생기면 희생번트로 1점이라도 내는 작전을 폈다. 강공으로 대량 득점을 노리기보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데 주력했다. 데이터에 따라 선발선수를 짜고 좌타자엔 좌완 투수를 등판시켰다.

'변화는 상대팀을 혼란에 빠트리고 우리편 선수의 투지를 자극한다'는 논리다. 그는 또 2연패 요인으로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를 들었다. "오랫동안 가장자리에 있었고 그래서 악착같이 살았다"는 김 감독은 리더의 덕목으로 위기관리 능력,잘못을 책임지는 태도,조직의 목적 달성을 꼽았다.

[천자칼럼] 김성근 리더십
리더십에 정답은 없고 승리의 법칙은 영원하지 않다. 운이 중요한 것도 틀림없다. 그러나 운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 무술이 과학이 되려면 목표·계산·기습·방어의 법칙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술뿐이랴.승리는 늘 목표에 따른 철저한 계산과 무서운 훈련의 결과다. 드라마는 흔하지 않고 한 방은 쉽지 않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