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시즌 미국PGA투어 막바지 대회인 긴시메르클래식(총상금 460만달러)에서 라이언 파머(32·미국)가 '내년 투어카드를 쥐느냐 놓치느냐'는 긴박한 순간에 양심적인 플레이를 해 화제다.

대회 최종라운드가 열린 3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팜코스트의 컨저버토리CC(파72) 10번홀 그린.그때까지 2타차 단독 1위였던 파머가 9m 거리의 버디퍼트를 하려고 어드레스를 취했는데 볼이 조금 움직여버렸다. 본인만 알 수 있는 미세한 움직임이었으나 규칙을 따르기로 했다. 골프규칙(18-2b)상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이면 1벌타를 받은 뒤 원위치에 갖다놓아야 한다.

파머는 지체없이 경기위원을 불렀고 위원은 "어드레스 후였으므로 1벌타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그 홀에서 보기를 한 파머는 11번홀에서는 티샷을 물 속에 빠트리며 더블보기를 하고 말았다. 선두권에서 내려간 것은 물론이다.

파머는 그러나 마음을 추스렸다. 13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선두권에 합류한 데 이어 18번홀(파5)에서 3m 거리의 버디퍼터를 넣고 경쟁자 5명을 따돌렸다. 4라운드합계 스코어는 7언더파 281타.하마터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극적 우승으로 마무리한 것.양심과 정직이 '보답'을 불러온 셈이었다. 파머는 이 대회 전까지 상금랭킹 143위로 내년 투어카드 유지가 불투명했으나 랭킹 73위로 치솟으며 2010년까지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골퍼들의 양심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파머의 경우와 같은 '어드레스 후 볼 움직임'이다. 대개는 당사자만 눈치챌 수 있기 때문에 '자진 신고'를 하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양심에 달려있다. 지난 1월5일 스콧 버플랭크는 미PGA투어 메르세데스챔피언십 1라운드 13번홀 그린에서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였다는 것이 발각됐다. 동반자의 항의로 1벌타가 부과됐는데,본인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베른하르트 랑거는 4월 마스터스 1라운드 9번홀 그린에서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여 1벌타를 받았다.

한편 양용은(36)은 이번 대회에서 합계 2오버파 290타로 공동 42위에 머물러 퀄리파잉토너먼트에 다시 응시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현재 상금랭킹 158위를 기록 중인 양용은은 이번 주 열리는 시즌 마지막 대회 칠드런스 미러클 네트워크클래식에서 적어도 2위를 해야 내년 투어카드를 받을 수 있는 상금랭킹 125위 내에 진입할 수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