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우리는 '몰' 로 간다
'몰族' 붐비는 복합쇼핑몰… 궂은날엔 고객 20%늘어
영화.식사.쇼핑 한자리서… 아이파크몰 등 서울에 6곳


#비가 내려 쌀쌀해진 31일 오후.대학생 권지연씨(25)는 남자친구와 함께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을 찾았다. 먼저 크라제버거에서 점심을 먹고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미쓰 홍당무'를 봤다. 반디앤루니스에 들러 수업에 참고할 만한 책을 고른 뒤 맞은편 의류매장을 돌며 옷을 구경했다. 잠시 쉴 겸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오후 6시.저녁식사로 칼국수를 먹고 파스쿠치에서 산 커피를 들고 음반매장에 들러 함께 음악을 들었다. 권씨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꼭 코엑스몰에 와서 7~8시간 이상 보낸다"며 "종일 돌아다녀도 비를 안 맞고 춥지도 않은 데다 영화.식사.쇼핑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권씨처럼 복합쇼핑몰에서 하루를 생활하는 '몰고어족'(mall-goers族)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코엑스몰 외에 용산 아이파크몰,잠실 롯데쇼핑몰,반포동 센트럴시티에다 최근 문을 연 왕십리민자역사(엔터식스몰),건대 스타시티 등 6개 복합쇼핑몰이 서울 곳곳에 들어서 몰링문화가 2030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복합몰마다 하루 방문객은 평일 8만~10만명,주말 12만~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코엑스몰 관계자는 "춥거나 궂은 날이면 20%가량 더 몰려 입점 점주들은 은근히 비가 오길 바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용산 아이파크몰도 비가 오거나 추운 날이면 '날씨특수'를 톡톡히 누린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날씨가 좋았던 10월18일 주차 대수는 1만2000대였지만 비가 온 25일에는 1만4000대로 2000대 늘었다"며 "아이파크몰은 바깥 경치를 볼 수 있고 이마트도 있어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원 김예진씨(28)는 "친구와 강남 쪽에서 만나려다 비가 와서 아이파크몰로 장소를 바꿨다"며 "마침 백화점 세일도 있어 온 김에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철 3개 노선이 만나는 왕십리민자역사를 찾은 대학생 김우진씨(23)는 "휴대폰을 바꾸러 왔다가 ABC마트(신발전문점)에서 세일하는 스니커즈를 사고 옷도 구경하고 있다"며 "오전 11시에 왔는데 구경하다 보니 벌써 오후 3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구경거리도 많고 저렴한 고급 브랜드도 많아 쇼핑하기에 좋다는 얘기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대형 유통업체들이 복합쇼핑몰 건립에 앞다퉈 나서 2010년까지 전국에 10여개 복합몰이 새로 들어선다. 최동주 현대아이파크몰 사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소득 2만달러를 기점으로 복합쇼핑몰이 발전했듯이 국내에서도 유통시장의 중추적 역할을 할 복합몰 건립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김정환(한국외대 4학년)/정원하 인턴(한국외대 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