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강에 속도가 붙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9월 국내 광공업 생산은 조업일수 조정지수로는 7년만에 뒷걸음질쳤고 불필요한 구매가 줄면서 소비도 꽁꽁 얼어붙었다.

재고는 수북이 쌓이면서 재고율은 110%를 넘어섰고 공장이 돌아가는 시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향후 경기를 점칠 수 있는 지표인 기계와 건설 수주는 나란히 30% 넘게 줄면서 우리 실물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9월은 미국발 금융불안이 세계 경제를 강타하기 시작한 때다.

결과적으로 금융불안이 국내 실물경제에도 이미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불황의 특징들이 뚜렷해졌다며 당분간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생산은 줄고 재고는 늘어
9월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조업일수를 감안할 경우 7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 실물경기의 하락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전년 동월대비 증가율은 6.1%로 전월에 1.9%로 뚝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회복하는 모습이지만 조업일수를 계산하면 평가는 크게 달라진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증감률은 7월이 6.1%, 8월이 4.3%, 9월 -0.8%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다달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번의 마이너스 생산은 2001년 9월의 -3.0% 이후 7년만이다.

품목별로는 영상음향통신이 21.1% 기타운송장비가 36.9% 늘어나는 등 호조를 보였지만 자동차가 -5.1%, 섬유제품 -3.8%, 식료품 -0.5% 등으로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소비관련 품목들이 불황의 여파를 받았다.

전월대비 증가율은 마이너스 0.6%로 7월의 -0.3%, 8월의 -2.2%를 이어갔다.

반도체.부품(1.2%), 컴퓨터(20.0%), 기타운송장비(4.0%) 등은 증가했지만 자동차(-11.2%), 영상음향통신(-2.6%), 의복.모피(-7.6%) 등이 부진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9월의 생산자 제품 출하 역시 부진해 전월대비로 1.4% 감소했다.

반면 수출용 출하는 컴퓨터와 식료품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및 부품, 석유정제 등이 호조를 보여 전년동월대비 12.4% 증가했다.

아직까지 내수에 비해서는 수출이 우리 산업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9월 생산자제품 재고는 석유정제와 석품제품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및 부품, 화학제품 등의 재고가 증가하면서 17.4%나 증가, 물건을 생산해도 팔리지 않는 전형적인 경기불황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재고율)도 115.1%로 전월에 비해 5.2%포인트나 상승, 경기순환 사이클로 봤을 때 둔화.하강국면으로 더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7.3%로 7월 79.7%, 8월 78.5%에 이어 계속 하락하고 있다.

9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대비 0.2% 증가에 그쳤고 전년동월비로도 3.0% 상승에 머물렀다.

8월의 전월비 -1.2%, 전년동월비 3.0%에 비해서는 개선된 것이지만 이 역시 영업일수 차이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 소비 '꽁꽁'..건설수주 '반토막'
9월 소비자판매는 작년 9월보다 2.0%, 전월보다 3.8% 각각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유형별로 보면 내구재와 준내구재 소비가 크게 움츠러들었다.

소비자들이 비교적 목돈이 들어가거나 당장 없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물건은 사기를 꺼리고 있다.

승용차나 가전제품, 컴퓨터 등 내구재 소비는 작년 9월보다 4.2%, 지난 8월보다 6.9% 각각 줄었고 의복, 직물,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는 각각 6.2%, 11.8%의 감소율을 보였다.

차량용 연료와 비가공식품 등 비내구재는 작년 9월보다 0.6%, 전월보다는 1.1% 증가했지만 거의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수장비 분야가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지만 작년 9월에 3.7% 감소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 선행 지표에 해당하는 국내 기계 수주는 공공(-52.7%) 및 민간(-32.1%) 부문의 기계류 발주가 줄어들면서 작년 동월 대비 33.4%나 감소했고 건설수주도 40.4%나 급감했다.

건설수주 가운데 주택은 70.8%나 줄면서 극심한 부동산경기 침체를 그대로 반영했다.

발주자별로 보면 민간이 59.9%나 줄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월보다 0.3포인트 떨어져 8개월째 하락했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역시 전월대비 0.2%포인트 내려 10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 전문가들 "경기하강 가속화"
전문가들은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동향 결과에 대해 경기의 하강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말을 정점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 있는데 그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는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신 연구위원은 "다만 7, 8월에 이어 9월에도 자동차 노사 분규가 있어 생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산업 생산 증가세가 아주 낮다고 볼 수는 없으며 서비스업도 조금 나아지는 모습이 보여 좀 더 지켜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9월 지표를 보면 실물 부문으로 본격적으로 침체가 전이되는 모습"이라면서 "생산은 줄고 재고는 증가한 반면 선행지수.동행지수가 동반하락하는 등 전형적인 경제 불황의 특징들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당분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송 연구위원은 "10월의 경우 환율이 많이 오른데다 주가 및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負)의 자산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계수주, 건설수주 등 선행지표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당분간 경기 침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석하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경기가 하강 국면인데 앞으로도 당분간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정준영 박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