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한우마을ㆍ영월 다하누촌ㆍ안동 풍산장터 등 인기

가을은 먹을거리의 계절이다. 풍성한 오곡과일과 겨울을 앞두고 살이 오른 생선 맛이 그만이다. 한우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인기 만점.가격이 비싸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면 산지로 직접 찾아가 보자.단돈 1만원에 1등급 한우 모둠세트를 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멀리서 온 객들에게 공짜 막걸리를 대접하는 푸근한 인심도 맛볼 수 있다. 고즈넉한 농촌 풍경과 한가로운 정취는 덤.잘 찾아보면 역사 유적지나 체험거리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거리도 풍성하다. 한국관광공사가 늦가을 맛이 좋은 여행지를 추천했다.

◆임진강 한우마을(경기 파주)=주말이면 파주시 적성의 시골마을은 외지에서 한우를 사러 온 차량들로 붐빈다. 1만원짜리 1등급 한우 모둠세트(250g)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1인당 3000원씩 내면 근처 구이매장에서 구워 먹을 수 있다.

한우로 몸을 살찌웠다면 5분 거리에 있는 임진강 두지나루에서 황포돛대를 타보자.조선시대 한양까지 소금과 새우젓을 날랐다는 배에서 해질녘 황금빛으로 물든 강물을 바라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 절경은 임진각 전망대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50년 넘게 서로 총부리를 겨눈 겨레의 현실에 가슴이 아려온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은 반도의 허리춤을 도도하게 적신다. 애잔한 마음을 '평화의 종' 소리가 위로한다. 전망대에 올랐다가 근처 쇠꼴마을 오토캠핑장에서 하루를 묵으면 서울 근교 가족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파주시청 문화체육과 (031)940-4363


◆예산광시한우마을(충남 예산)=예산에서 광시 방향으로 가다보면 30여개의 정육점과 식당이 모여 있는 광시한우타운이 나온다. 직영 농장에서 소를 공급받아 고기가 신선할 뿐더러 예산 한우 특유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광시면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충의사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윤봉길 의사를 기리기 위해 만든 사당에는 그의 업적과 생애를 기록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바로 다리 건너 윤 의사의 생가 '광현당'을 거닐면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조금 부지런을 떨어 국내 최대 규모인 예당저수지의 새벽 물안개를 보는 것도 놓칠 수 없다. 예산군청 문화관광과 (041)339-7314

◆다하누촌(강원 영월)=주천면에 위치한 한우직거래 장터 '다하누촌'은 오전 10시 정육점 개장 시간이 되면 번호표를 받기 위안 줄이 길게 이어진다. 1만4000원짜리 '특모둠구이'(300g)나 '삼겹살보다 싼 한우 등심'(8000원,300g)이 인기다. 굳이 한우고기를 사지 않아도 광장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사골국물과 막걸리로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다.

영월에는 열두 살 어린 나이로 즉위했던 단종의 아픔이 서려 있다. 숙부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끝내는 목숨까지 빼앗겼던 비운의 왕이 유배됐던 청령포는 아직도 배를 타야 갈 수 있는 오지다. 왕이기 전에 어린아이였던 그가 느꼈을 고독에 가슴이 숙연해진다. 짧은 가을해가 저물면 봉래산 정상에 있는 '별마로천문대'에 올라가 보자.지하 1층 천체투영실에서는 지름 8.3g짜리 돔형 스크린에 3500여개의 별자리가 투영돼 바깥 날씨에 상관없이 계절별 별자리가 펼쳐진다.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370-2061

◆풍산장터(경북 안동)=경북은 국내에서 소를 가장 많이 사육하는 지역이다. 안동한우는 출하 8개월 전부터 항생제,호르몬제를 일절 투입하지 않는 등 철저한 품질관리로 유명하다. 대두서리에서 이른 아침 열리는 우시장에 가면 잘생긴 한우들을 볼 수 있다. 우시장을 구경하고 근처 식당에서 소머리국밥 한 그릇 훌훌 비우면 배가 든든하다. 안동 한우를 신(新)명물이라고 한다면 헛제삿밥은 간고등어와 함께 고전 명물로 꼽힌다. 헛제삿밥은 안동 선비 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제사를 지내지 않고도 먹어 '헛'자가 붙었다. 낙동강 물줄기가 굽이치는 하회마을에서 먹는 밥 한 그릇에 양반이 부럽지 않다. 떠나는 길에 골목 끝 삼신당에 가족의 소원을 적어 걸어놓는 건 어떨까. 안동시 문화관광과 (054)840-6393

김재일 기자/장미향 인턴(한국외대 3년)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