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가 막판 굳히기 작전의 하나로 29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30분짜리 TV광고를 내보내기로 했으나 그 효과를 둘러싸고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다.

오바마는 이미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보다 훨씬 더 많은 광고비를 집행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돈 잔치'를 벌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회의론의 골자다.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의 고사성어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생각나게 하는 분석이다.

그러나 오바마 진영은 전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전국적인 여론조사는 물론 선거인단 확보 예상수치에서도 매케인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순전히 예상일 뿐 투표일까지는 한치도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29일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오바마 후보가 지금까지 대선레이스에서 전략면에서 실수를 범한 경우가 거의 없지만 화려함을 과시하는데 있어서는 사족을 못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민주당내 경선의 승리가 확정된 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방문한 데 이어 독일 베를린에 들러 20만명을 모아놓고 연설을 한 것이나, 민주당 전당대회 때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무대에서 후보지명 수락연설을 행한 점 등이다.

오바마측은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콜로라도 등 주요 경합지에서 매케인 진영에 비해 150% 이상 TV 광고비를 더 집행한 상황이며, 여기에 각 방송사별로 100만달러를 주고 30분짜리 황금시간대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과잉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오바마측은 이번 TV광고가 부동층을 정밀하게 겨냥해 제작한 것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과잉 홍보와는 전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든 이상 민주.공화 양당의 골수 지지층의 표심은 달라질 수가 없고 남은 것은 부동층의 향배이기 때문에 이번 광고를 통해 부동층의 표심을 확실히 거머쥐겠다는 것이다.

오바마측은 특히 당내 예비선거 때 뉴햄프셔에서 당했던 일격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뉴햄프셔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두자릿수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는 힐러리의 승리로 끝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광고는 넘쳐나는 선거운동 기부금을 주체하지 못해 사치를 부리는 것과 차원이 다르며 필요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우천으로 연기된 미프로야구의 챔피언결정전인 월드시리즈 5차전의 경기재개 시간과 오바마의 TV광고 방영시간이 겹쳐 월드시리즈 경기의 속개시간이 15분 지연되는 점 등을 들어 정규프로그램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짜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전략가인 조 록하트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TV 채널수가 몇 안 됐던 30년전쯤이라면 이런 광고는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를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채널이 수백개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리스크가 낮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은 매케인 진영도 공감하고 있다.

매케인 캠프의 전략가들은 자신들도 충분한 실탄만 있다면 이런 광고를 내도록 매케인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오바마측의 과잉 광고 때문에 매케인쪽으로 동정표가 몰리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선거유세라는 것 자체가 과잉을 속성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