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금리 인하와 은행채 매입 등 한국은행이 내놓은 특단의 대책 역시 약효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가까스로 반등했던 주가는 28일 다시 하락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은 천장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앞에서는 정부의 전방위 대책도 무기력한 모습이다.

결국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패닉'(공황 상태)에서 쉽사리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공포감을 극복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이성적인 판단과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 금융시장 공포감 여전

이날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4% 가까이 빠지며 한때 900선이 위태했고 코스닥지수는 5% 넘게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을 6일째 급등하며 1,5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전날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와 연기금의 대량 매수로 소폭 반등했던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동반 매도로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 여파로 달러화 수요가 늘면서 환율은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와 통화당국의 잇따른 대책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해외 증시가 하락 행진을 하는 것이 국내 금융시장에 끝 모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42%, 나스닥 종합지수는 2.97% 떨어졌으며 프랑스 CAC40 지수(-3.96%), 영국 FTSE100 지수(-0.8%)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의 9월 신규 주택 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있었지만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제너럴모터스(GM)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유럽중앙은행(ECB)가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큰 힘이 되지는 못했다.

경기 침체의 우려로 국제 유가와 동,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는 것도 실물 경기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우크라이나에 구제금융을 제공키로 하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루마니아와 폴란드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가 이제 동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대책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전 세계 증시가 약세 국면에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도 큰 약효가 없는 실정"이라며 "외화 유동성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비정상적 상황..불안 지속"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의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처방이 효과를 낼 때까지는 불안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지금 당장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말하기는 힘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주가의 낙폭이 의외로 크지만 진정되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거래량이 적은 가운데 수요가 몰려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미국을 포함한 해외 금융시장의 불안, 실물경기의 침체 우려, 신흥시장국의 외환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실장은 "미국의 경우 초단기 금융시장의 경색이 완화되는 양상"이라며 "리보 금리(런던 은행 간 금리)가 떨어지고 미국이 은행에 구제금융을 투입하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물경제 문제는 하루 이틀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본격적인 안정 국면에 접어드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외 주가 급락세에 비하면 원.달러 환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발권력을 동원한 고강도 처방없이는 시장 안정을 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정성호 최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