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헤지ㆍ펀드 로스컷ㆍ신용잔고

주가가 최근 폭락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악재들이 겹쳐 하락의 골이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8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27일까지 코스피지수가 폭락해 1,000선이 무너지는 등 34.64% 급락할 때 주가연계증권(ELS) 헤지(위험회피) 관련 매도와 펀드의 손절매(로스컷), 신용융자 감소 등이 가속페달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헤지나 손절매 물량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 최근 변동성이 커진 대형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증시 관계자는 "하락의 핵심은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대규모 매도가 이어지면서 증시 체력이 떨어진데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점이다.

ELS 헤지 관련 물량 등은 취약한 투자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 ELS 헤지관련 매도 물량은 증시 복병 = 지난주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ELS 헤지에 따른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무려 1조원 가량 쏟아진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ELS 가운데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 기초자산의 지수가 특정구간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지수가 하방 경계구간을 이탈하면 헤지를 위해 매수해 둔 선물을 팔게 되고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주식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대신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코스피200지수와 관련된 헤지 물량은 대부분 나왔을 것이다.

현재는 개별종목 2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이른바 `투스타' 종목과 관련된 헤지 물량이 일부 남아 있는데 파괴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 "로스컷이 로스컷을 부른다" = 펀드에 가입한 일부 기관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편입주식을 강제 팔도록 하는 로스컷(손절매) 규정을 활용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펀드 전체의 수익률은 15%, 개별종목은 20% 이상 낮아지면 강제매매를 하게 된다.

업계는 최근 주가급락 과정에서 이런 로스컷 물량도 상당부분 시장에 나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로스컷은 주가 급락세를 더욱 가파르게 하는데다 하락세가 깊어지면 또 다른 로스컷을 부르는 등 수급을 꼬이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마다 다양하게 로스컷 규정이 있어 이 규정에 따른 매도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추산하기 쉽지 않다"며 "다만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워낙 투자심리가 취약해서 시장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 신용융자잔고 감소도 부담 = 최근 증권사로부터 현금과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도 시장에 부담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융자잔고는 지난달 말 2조3천255억원에서 27일 1조8천64억원으로 5천191억원 줄었다.

신용잔고가 1조 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17일 이후 처음이다.

신용융자잔고 감소는 주가폭락으로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담보주식을 처분해 융자금을 상환했거나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로 상환조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주식물량이 시장에 나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물량의 80% 정도는 대형 우량주다.

이들 물량이 출회된 것은 시장의 핵심적인 부담요인은 아니지만 종목별로는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