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이탈리아 카타네오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피오나 헌터 회장은 1997년 강의를 그만두고 행정직으로 전격 전환했다. 젊은 시절 직접 기업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대학의 국제화에 기여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일에 대한 열정 하나로 5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독신인 그는 2006년 유럽국제교육협회(EAIE)의 회장직에 올랐다.

―볼로냐 프로세스가 탄생한 이유는.

"세계화 때문이다. 1980년대 말부터 세계화가 대학교육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유럽 대학들은 거대한 세계화의 물결을 뒤늦게 깨달았다. 세계화가 전 세계를 드라마틱하게 바꾸고 있다는 현실을 알고 대처를 시작한 것이 1998년의 일이다. 10년은 늦은 셈이다. "

―유럽연합(EU) 대학 간 학생 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프로그램'과 볼로냐 프로세스의 차이점은 뭔가.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단순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반면 볼로냐 프로세스는 대학 통합 및 개혁 프로그램이다. 특히 에라스무스가 대학 차원에서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라면,볼로냐는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이다. 대학 국제화 관점에서 볼 때 볼로냐가 에라스무스에 비해 더 큰 개념이다. "

―유럽 대학 통합의 궁극적 목표는.

"유럽의 노동시장과 대학교육 시장을 통합하는 것이다. 세계화 물결로 하나로 묶이는 유럽 노동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들이 동질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EU 차원의 유럽 통합 중 유일하게 빠진 것이 대학교육 부문이다. 앞으로 유럽 대학이 통합되면 유럽 대학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기업들 역시 국경을 넘어 유럽 전 지역에서 인재를 골라 쓸 수 있게 된다. "

―세계화 시대 유럽 대학의 역할은 뭔가.

"대학이 글로벌 경제에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은 변화하는 경제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시장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제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창의적 노동인력을 공급해야 한다. 그밖에 대학이 젊은이들만이 가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와서 평생 배울 수 있는 평생 학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EAIE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매해 개최되는 컨퍼런스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공유하고 회원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1년 내내 진행되는 행사로는 유럽 대학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20개의 트레이닝 코스와 스페셜 세미나,워크숍 등이 있다. 최근에는 대학들의 국제화를 촉진하는 데서 나아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회원들이 들을 수 있는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상설 사무소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으며,상근 직원은 12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