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을 보고 '개만도 못하다'고 욕하지만 사실 개만큼 의리있는 사람도 드물어요. "

문구업체 모나미의 송하경 대표(49)는 조금 전 장애물을 넘어 자신이 던진 공을 물고 돌아온 벨기에산 경비견종 말리노이즈인 '밴디'의 목덜미를 쓸어주며 "따스한 체온이 있는 생명이 내게 충성을 다하는 것을 보면 동물이 아니라 가족이자 평생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모나미랜드는 송 대표가 1999년 경비견 훈련 및 품종 개량을 위해 만든 개 전문 훈련소.'송아지만한' 개들이 30여마리에 이르고 강아지까지 포함하면 70마리가 넘는다. 복서,셰퍼드,도베르만,말리노이즈,로트와일러 등 맹견(猛犬)들이 주종을 이룬다.

송 대표는 주중에는 국내 굴지의 문구업체 대표로 일하다 주말만 되면 한국 최고의 경비견을 길러내는 훈련사와 함께 개를 번식시키고 새로운 종자를 개발해내는 '브리더(Breeder)'로 변신한다. 모나미랜드에 있는 개의 이름은 물론 건강상태 및 성격까지 꿰뚫고 있다. 그는 "휴일에 골프 치는 것보다 개를 훈련시키는 것이 더 좋다"며 "직접 키운 자식 같은 녀석들이 빼어난 훈련 성과를 보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개와 있다 보면 주중에 받은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개와 친숙했던 송 대표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1972년 학교에 매달 저금한 돈 8000원을 털어 복서 한 마리를 산 것이 경비견 육성 사업의 '씨앗'이 됐다. 그는 그때부터 지속적으로 애견 관련 서적을 탐독하면서 세미나에 꾸준히 참가하고 도그쇼 심사위원 교육도 받았다.

본격적으로 개를 기르기 시작한 때는 창업주인 송삼석 회장에게서 모나미를 물려받은 1996년. 모나미 사옥 옥상에서 10마리를 기르다 공간이 좁은 데다 개를 무서워하는 직원들도 있어 1999년 모나미랜드를 차리면서 경비견 육성 사업에 들어갔다. 송 대표는 "단지 개가 좋아 뛰어들었는데 주위에선 '개로 돈을 벌려고 한다'며 곱지 않게 본 적도 있다"며 "한 마리에 수천만원씩 하는 개를 수입해 적자를 면하지 못하지만 우수한 품종을 만들어내고 싶어 돈 생각 안하고 계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는 사람과 함께하는 존재지 투자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를 개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2000년대 초 과학적인 교배 프로그램과 혈통 및 우수 품종 검사 시스템을 모나미랜드에 도입한 뒤 우수한 자견(子犬)을 만드는 데도 힘써오고 있다. 이런 노력 덕택에 모나미랜드가 지금까지 국내외 도그쇼에서 받은 상은 100여개가 넘는다. 국내 대회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국제대회에서 2위까지 차지한 적도 있다.

개와 함께하는 여가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강아지 분양에도 주력하고 있다. 원하는 사람에게 강아지를 팔기도 하고 공짜로 주기도 한다. 그는 "중국과 독일에 종자를 수출하는 등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분양했다"며 "이웅열 코오롱 회장도 개를 좋아해 복서 한 마리를 선물하는 등 국내에서만 수백마리를 나눠줬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2003년 애견용품 전문 쇼핑몰 '모나미펫'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3층짜리 동물병원인 '닥터펫'도 만들었다. 모나미펫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수입산을 포함해 총 3000여종의 애견용품을 팔고 있다. 닥터펫은 국내 유일의 동물용 MRI(자기공명영상촬영) 장비를 구비한 병원.일반 동물병원에서 할 수 없는 어려운 수술을 맡는다.

이 때문에 송 대표는 간혹'사람보다 개를 더 좋아하는 남자'라는 말을 듣는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시선에 개의치 않는다. "모나미랜드를 곧 일반인들에게 공개해 많은 사람들이 개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사업에서 은퇴한 뒤 아이들이 개들과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개와 함께하는 문화와 견종 개발에서는 여전히 후진국"이라며 "국내에서도 유럽처럼 동네마다 개 훈련장을 두는 등 동물을 가까이 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꾸준한 품종 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개가 나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