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들이 시장점유율과 매출규모 등에서 상위 3위권 이내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출산업이기도 한 휴대전화, 메모리 반도체, LCD 등 IT업계의 요즘 화두는 '빅(Big)3 생존법칙'이다.

'빅3 생존법칙'은 업종별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궁극적으로 상위 3개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것으로 우리 기업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등이 경쟁대열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현재 업계 구도를 보면 빅3 법칙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며 "휴대전화, 반도체, LCD 등 업종별로 빅3 이내의 자리를 유지하거나 최소한 3위권에 진입해 동메달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살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노키아와 2위인 삼성전자가 양강체제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모토로라, LG전자, 소니에릭슨이 빅3의 마지막 티켓인 3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대혼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노키아 41.0%, 삼성전자 15.4%, 모토로라 9.5%, LG전자 9.3%, 소니에릭슨 8.2%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 3개국에서 노키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프리미엄폰에서 중저가폰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업을 무기로 3분기 시장 점유율을 17∼18%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3위권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근소한 차이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3위권 업체들 가운데 누가 살아남느냐다.

LG전자의 경우 올해 2분기 3위인 모토로라의 자리를 넘볼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LG전자가 프리미엄폰을 앞세운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고수하면서 3분기에 1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물량 부분을 포기한 대가로 소니에릭슨에 4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밀려났다.

LG전자는 지난 20일 3분기 실적발표 및 기업설명회에서 "지금까지는 휴대전화 사업을 수익성 위주로 펼쳐왔으나, 내년 상반기부터는 시장확대에도 주력하겠다"며 저가폰 중심인 인도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이 10% 미만으로 내려가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빅3 대열에 들어가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메모리 업계 전체적으로는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확고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하이닉스 역시 견고한 2위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론, 엘피다, 도시바 등이 근소한 차이로 3위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메모리 업계의 빅3 생존경쟁의 특징은 인수합병(M&A), 감산 등을 통한 시장재편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중이라는 점.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D램 업계는 1Gb DDR2 D램 현물가의 1달러선 붕괴가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공고한 1,2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3위 자리를 놓고 엘피다, 마이크론, 키몬다가 경쟁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은 '동메달' 확보를 위해 최근 키몬다의 이노테라 지분 인수를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플래시 업계 역시 8Gb MLC(Multi Level Cell) 낸드플래시 고정가가 1.5달러까지 내려온 가운데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스팬션과 뉴모닉스, 하이닉스가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플래시 업계에서도 최근 "도시바가 스팬션과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외신보도에 도시바측이 이를 부인했고, 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법인 지분 일부를 합작 파트너인 뉴모닉스에 양도하기로 하는 등 합종연횡 움직임이 활발하다.

◇LCD

LCD업계는 삼성전자가 1위, LG디스플레이가 2위 자리를 유지하는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AUO 등 3위권의 대만업체들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LCD업계의 경우 순위 변동보다는 선진국 시장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에 따른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황 전체가 다운턴에 접어들어 시황 개선을 위한 업체들의 감산 노력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 특징.
업계에서 끝까지 '감산'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를 꺼리는 삼성전자조차도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오는 12월에 물량 조절 폭이 커질 수 있다"며 사실상의 감산 조치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