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쟁의 원리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행위"

미술교사 채용시험 실기평가에서 지정된 도구를 쓰지 않은 응시자를 불합격 처리하지 않고 감점만 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김종필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초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계획을 공고하면서 미술과목 실기시험 도구를 수채물감과 아크릴물감, 먹, 포스터칼라, 색연필, 콩테, 지점토 등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일부 수험생들은 지정된 도구가 아니었던 파스텔을 사용했고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부정행위로 간주해 불합격 처리하지 않고 3점씩 감점했다.

최종합격자 8명 가운데 파스텔을 사용하고도 합격한 이들이 5명이나 됐고 A씨는 "재료 사용 조건을 위반한 응시자를 불합격 처리 하지 않는 바람에 주어진 조건을 지킨 응시자가 불이익을 봤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험에서 일부 응시자들이 허용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한 것은 경쟁의 원리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행위"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시험 시행자가 제한한 용구 선택사항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동일한 경쟁 하에서 시험의 공정성이 확보되는 것"이라며 "파스텔을 쓴 응시자들을 불합격 처리하거나 적어도 해당 실기성적을 무효로 했어야 했다"고 판결했다.

이어 "교육청이 스스로 규칙을 어기고 파스텔을 사용한 응시자를 부정행위자로 불합격시키는 대신 3점 감점했는데 이후에도 이 같은 위반자에게 마찬가지로 감점만 할 지 의문"이라며 "이는 교육청이 스스로 공고한 사항을 무의미하게 하는 자의적인 업무 처리로 용인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