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간 먹다 `개회충'에 감염될 수도..엉뚱한 질환 오진 많아

소나 오리, 염소 등 동물의 간을 날로 먹으면 `개회충' 감염질환에 걸려 고생할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아지에 주로 기생하는 개회충(길이 5~6㎝)은 사람에 그 알이 감염될 경우 기침과 발열 등 초보적 증상에서부터 간질환, 뇌경색, 척추마비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영상의학과 임재훈 교수팀은 백혈구의 하나인 `호산구'가 증가해 병원을 찾은 120명 중 기생충 감염질환인 `톡소카라증' 양성반응을 보인 104명과 음성반응을 보인 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성반응 환자들의 87.5%, 음성반응 환자들의 25%가 최근 1년 이내에 소의 생간을 먹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소의 생간을 먹고 나서 개회충에 감염돼 호산구 수치가 증가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이 분석한 감염 경로를 보면 개회충이 낳은 알은 대변으로 나와 흙에 섞여 있다가 소, 염소 닭, 오리, 거위, 토끼 등이 흙에 섞인 회충알을 먹거나 동물의 음식에 섞여들어 이들 동물의 간으로 바로 들어간다.

이렇게 동물의 간으로 유입된 개회충은 유충이 돼 몇 달 또는 1~2년간 기생하면서 염증을 일으킨다.

만약 사람이 이들 감염된 동물의 간을 익히지 않고 날로 먹으면 이 유충이 소장과 문맥 등을 뚫고 사람 간에 들어가고 다시 폐를 통해 전신에 퍼진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심지어는 척수(등골)에도 들어가 급작스런 사지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임 교수는 "사람 간에 있는 개회충의 유충은 길이가 0.5㎜에 불과해 우리 눈에 잘 안 보인다"면서 "이 유충이 사람의 간이나 폐에서 두꺼운 막을 쓰고 영양을 섭취한 상태에서 돌아다니며 호산구 염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보통 염증은 유충의 크기가 0.1㎜라고 해도 1㎝ 안팎으로 커지며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에서도 잘 보인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개회충 감염이 진단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임 교수는 "보통 초기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면 병원에 오게 되고 이때 피검사를 해보면 호산구가 증가해 있지만 상당수는 호산구가 왜 증가했는지 모르고 치료를 마치게 된다"면서 "이는 개회충 감염이 그대로 둬도 5~6개월 후 저절로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의료진들이 이 질환 자체를 모르는 점도 문제라고 임 교수는 지적했다.

임 교수는 "초음파나 CT, MRI 검사를 하면 개회충 감염증상이 잘 보이지만 무슨 병인지를 모르는 의사들이 이 검사 저 검사를 하게 되고 환자 입장에서는 값비싼 비용만 치르게 된다"면서 "심지어 개회충 감염으로 사지마비가 된 사람이 암으로 잘못 진단받아 수술을 하거나 호산구 수치가 매우 높아 혈액암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임 교수는 강조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개회충 검사는 시약을 이용한 피검사(면역반응검사)를 통해 간단히 할 수 있는데 만약 개회충 감염으로 확진된다고 해도 그대로 두면 약 6개월 후 저절로 낫는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회충약을 한두 번 먹으면 괜찮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초기 개회충 감염 증상으로 병원에 왔을 때 무엇보다 개회충 감염 여부에 대한 확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임 교수는 강조했다.

임 교수는 "현행 의학교과서에 개회충알이 분변을 통해서만 들어오는 것으로 적혀 있어 많은 의사들이 생간을 통해서도 감염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서 "소의 간이나 간천엽, 닭, 오리 염소 등의 간은 익힌 게 아니라면 절대로 날로 먹지 않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임 교수는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연수 중으로, 이번 연구결과는 기생충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개회충 감염으로 간에 보이는 흰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CT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