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감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감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다음달 공매도 제한 조치 해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IR) 직후 기자들과 만나 "6월 하순이 되기 전 시장에 스케줄, 재개 방식, 당장 재개하지 못할 경우 어떤 식으로 정상화시킬지 등을 말씀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중 공매도 일부를 재개하는 것"이라며 "6월 재개와 관련해 기술적이나 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곧바로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공매도 재개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아직까진 재개시점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올 6월까지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초 금융위 업무보고(민생토론회)에서 "현재는 6월까지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돼 있지만,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는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그 이후에도 재개할 뜻이 전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공매도 전면 금지와 함께 개인과 기관투자자 간 공매도 거래 조건 관련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법 공매도 차단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완료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지난달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과 한국거래소의 무차입 공매도 중앙 차단시스템(NSDS)을 통한 이중 잔고 확인을 골자로 하는 '불법 공매도 전산 방지 시스템'을 발표하면서 내년 상반기에 시스템 구축이 완료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IB들의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금융당국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분위기가 나빠지자 당초 정부가 약속한 7월 재개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원장의 공매도 재개 시사 발언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온라인 주식카페에선 "아직 약속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재개한다는 것은 약속을 어기는 것", "지난해랑 상황이 달라진 게 없는데 재개라니 말이 안 된다", "대통령의 입장과 얘기가 다르다, 뭘 믿어야 하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금감원은 한국거래소와 협의해 가능한 한 빨리 불법 공매도 전산 방지 시스템을 준비해 연내 구축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산시스템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예산을 확보하고, 테스트를 거쳐 안정성 검증까지 마쳐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내년 초 NSDS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NSDS 구축을 위해서는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 구축 의무화 법안도 통과돼야 한다. 현재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금융위는 별도의 법안 발의 없이 의원 입법안 수정을 통해 법 통과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각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잔고 시스템을 거래소에 모으는 집중관리 시스템은 구축하는 데 기술적으로 시간이 소요되고 법률상으로도 쟁점이 있다"며 "현재 법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