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용지부담금 환급이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꿰어 수습이 안 되는 형국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은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아파트)을 분양받은 이들에게 분양가의 일정액(0.8%)을 학교용지 매입비 명목으로 거둬들였다가 위헌판결을 받았던 세금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3일 최초 분양자뿐만 아니라 '실제 부담금을 납부한 자'도 환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정한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시행령'을 공포했다. 시행을 코앞에 둔 법이 갑작스레 바뀐 이유는 국정감사 때문이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학교용지부담금을 최초 분양자에게 환급할 게 아니라 2,3차 매수자 등 실질적으로 돈을 낸 사람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교과부를 압박했다. 국감에서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교과부는 문구 수정과 재입법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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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치적인 이유'에서 끼워넣은 이 문구가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돈을 낸 사람이 2차 매수자라 하더라도 환급금에 대한 우선 권리는 최초 분양자에게 있다. 때문에 부담금을 낸 2차 매수자가 환급을 받으려면 최초 분양자가 환급금을 수령하기 전에 시·군·구청에 환급을 신청해 '환급조정위원회'의 중재를 받아야 한다. 이 기간 동안 환급금은 법원에 공탁을 걸어놓는다는 것이 교과부의 구상이다.

이 방안은 복잡할 뿐만 아니라 곳곳에 허점도 있다. 만약 최초 분양자가 환급금을 먼저 수령해갔다면 2차 매수자는 민사 소송을 통해 돌려받는 수밖에 없다. 또 최초 분양자가 환급금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2차 매수자가 환급금을 신청할 경우 중재가 아예 성립되지 않아 돈을 받을 수 없다. 결국 2차 매수자 입장에서는 '신청할 권리'만 생겼을 뿐 실제 돈을 받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상위법인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이 환급 대상을 '최초 분양자'로 규정하고 있어 하위법인 시행령과 충돌하는 것도 차후 분쟁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다 알면서 굳이 시행령 개정을 요구한 국회의원들도 문제지만 '국감 소나기'를 피하자고 법을 뜯어고친 교과부도 줏대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