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두 시간 정도 면접관 교육을 해 달라"는 한 대기업의 요청을 받고 곤혹스러워했던 적이 있다. 규모나 업력으로 볼 때 나는 이 회사가 면접에 관한 상당한 노하우를 갖췄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상황을 들어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답답했다. 이 회사는 인재상은 물론이고 핵심역량이나 평가기준 등 면접에 관한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면접관들이 자의적으로 매긴 점수를 합산해 직원을 뽑아 왔다. 면접관 교육도 올해가 처음이었다.

면접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면접관들에게 기업의 인재상과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역량이 분명하게 제시돼야 한다. 그래야 후보자의 과거 행동을 분석해 이 후보자가 성과를 낼 수 있는 핵심역량,그리고 이 핵심역량과 관련된 행동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인재상과 핵심역량이 분명하지 않다면 면접관들이 각자 생각에 따라 인재를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이런 상황에선 기업이 원하는 유능한 인재를 뽑기가 어렵다.

채용에서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채용과정을 살펴보면 예년에 비해 면접방식은 더욱 복잡해졌고 면접시간은 훨씬 길어졌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과거처럼 필기시험과 짧은 인터뷰로 신입사원을 뽑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프레젠테이션면접,토론면접,심층면접,합숙면접,그리고 1일 인턴면접 등 다양한 방식으로 3∼5회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면접이 채용의 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은 면접관 교육에 관심을 쏟고 있다. 면접관들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면접기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어야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게 인재를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려면 다수의 훈련된 면접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평상시 교육훈련을 통해 숙달된 면접관을 확보한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기업들은 대개 대규모 채용을 앞두고 헤드헌팅회사 등에 부탁해 면접관을 교육훈련하곤 한다.

그러나 면접기법은 한두 시간의 교육으로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특히 면접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초보 면접관들을 1∼2시간의 이론교육만 실시한 채 면접장에 투입하는 것은 '제대로 된 인재를 뽑겠다'는 의지를 포기하는 것이다.

기업의 면접관들을 교육할 때마다 나는 기업들이 채용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기업은 사실상 직원이 전부인데 아직도 가장 중요한 직원을 뽑는 과정을 허술하게 관리하는 기업들이 많다.

신입사원은 10년 뒤를 내다보고 뽑게 되는데 채용과정을 체계화하고 채용전문가를 양성하지 않고 10년 뒤를 기대할 수 있을까.

<커리어케어 대표 신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