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 en bouteilles au chateau.(미정 부테이 오 샤토)'

대부분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 라벨에 들어 있는 문구다. 읽기도 힘든 이 문구는 무슨 뜻일까? 해당 샤토(양조장)에서 포도를 재배.양조.숙성을 거쳐 '우리 샤토에서 병입했음'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bottled in chateau' 정도로 번역된다. 'bouteilles' 대신 'negocient'이면 와인 중개상이 포도나 오크통.탱크를 통째로 매입해 병입했다는 의미다.

언어가 우리에게 낯선 프랑스.이탈리아가 종주국인 탓도 있지만 와인 라벨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몇 가지 패턴만 알고 들여다보면 별로 어려울 게 없는 것이 와인 라벨이다.

와인의 '이력서'라는 라벨에는 대개 와인명,빈티지(포도 수확연도),원산지,알코올 함량,용량,생산자 정보 등이 표기된다. 우선 주로 '샤토'로 시작되는 보르도산 와인이나 포도 품종을 이름으로 쓰는 신대륙 와인은 라벨에서 가장 큰 글씨가 와인명이다. 빈티지는 1996,2006 등과 같이 숫자로 표기되며,누가 어느 지역에서 어떤 품종과 어느 정도의 알코올 도수로 만들어 어떤 용량의 병에 담았는지 기재돼 있다. 프랑스에서는 포도 품종 표기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간혹 아주 단순한 형태의 라벨이 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뒤쪽이나 병목에 또 다른 라벨이 붙어 있다.

또 프랑스.이탈리아산 와인에는 '등급'이 표시돼 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는 'AOC',이탈리아는 'DOC' 혹은 'DOCG' 등급이 좋은 와인이다. 중급 이상 와인의 상징처럼 알려져 있는 'Grand Vin','Reserve'(스페인 Reserva.이탈리아 Riserva)가 반드시 좋은 와인을 뜻하지는 않는다. 통상 'Reserve' 표기가 있으면 일정 수준 이상의 와인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신대륙은 물론 프랑스에서조차 법적 구속력이 없는 표기여서 '상술'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다르다.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토스카나산 '키안티'의 경우 'Riserva' 표기가 있으면 훌륭한 빈티지의 고급 와인임에 틀림없다. 당연히 값도 비싸다.

프랑스 와인의 '그랑크뤼(Grand cru)' 표기 또한 유의해야 한다. 메독산 와인이 그랑크뤼급이라면 한 병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와인이지만 생테밀리옹산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생테밀리옹 소재 와이너리는 메독과 달리 그랑크뤼 등급이 상당수라 국내 가격으로 몇 만원짜리도 많다. 따라서 최고급 와인을 선물하는 경우에 생테밀리옹산이라면 반드시 '그랑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e)' 표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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