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8일 전격적인 금리인하 조치로 금융위기 진화에 나서면서 그동안 유동성 공급과 불안심리 진정을 위한 잇따른 대책들이 효과를 거둘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들은 긴급 금리인하로 거의 쓸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 시장에 위기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불신의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이어서 추가적인 조치가 더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정부가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실시키로 하고 FRB는 최근 은행권에 유동성 공급 규모를 연말까지 9천억달러로 늘리기로 하는 한편 기업어음(CP) 매입을 통해 얼어붙은 기업 자금시장의 숨통 틔우기에 나서는 등 잇따른 대책을 내놓았지만 증시는 하락하고 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000선이 무너진 이후 9,300대까지 추락했고,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자금시장의 불안은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하루짜리 달러 자금을 빌릴 때 적용하는 리보는 이날 전날보다 1.44%포인트(144bp)나 치솟은 5.38%를 기록했고 1주일짜리 달러 금리는 0.35%포인트 상승한 4.52%에 달해 작년 12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금융시장의 상황을 '논리가 아닌 공포가 지배하는 상황'이라고 이날 평가했다.

정상적인 경우 시장은 공포와 탐욕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움직이지만 지금은 가진 것을 우선 팔고 보는 공포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포의 저변에는 금융위기가 그 원인이 된 주택시장의 침체의 지속으로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불안감에다 실물경제로 옮겨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미 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9월 미국의 일자리는 15만9천개 감소, 2003년 3월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고,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1일 발표한 제조업 지수는 9월에 43.5로 전달의 49.1에서 크게 떨어져 9.11 테러 후 월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은 악화되고 제조업 경기도 흔들리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 국내총생산(GDP)이 2.4분기에 전분기 대비 0.2% 감소해 경기침체 가시화 우려를 고조시켰다.

이에 따라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제기능을 하도록 회복시키고 경기침체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금리인하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의 토니 돌핀은 블룸버그 통신에 각국이 공조해 금리인하 조치를 취한 것은 현재의 문제를 다루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추가적인 조치들이 더 필요하다고 말해 금리인하 조치로는 현재의 위기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임을 우려했다.

마켓워치는 경제전문가들이 이번 금리인하가 결국 효과를 보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금리인하 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하이르리퀀시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이언 셰퍼드슨은 마켓워치에 "추가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며 공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제로 수준 가까이 내려가고 은행이 구제되고 소비지출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레디스위스의 조나선 베이질은 미 FRB가 조만간 금리를 1%로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