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공포와 불신이 증시 급락의 원인"

증시가 폭락장세를 이어가는 것은 원인 모를 공포심리와 불신이 팽배한 데 따른 현상인 만큼 미국이 기준금리를 대폭 내리고 선진국도 동조해야만 폭락 증시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신용경색으로 시작된 글로벌 유동성 문제는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법안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현실적으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기관들이 정부정책을 불신한 나머지 대출을 꺼리면서 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돈을 쌓아놓고도 서로 믿지 못해 대출을 피한 채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져 신용경색의 여파가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밖에서는 달러 고갈 사태로 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이런 신용경색이 이어지면 기업들의 차입비용 증가로 투자 감소와 한계기업의 부도, 개인소비 감소, 기업고용 축소 등이 발생해 실물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신뢰 상실에 따른 공포감은 증권시장의 리스크프리미엄을 높여 주가를 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증시하락을 가져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금융불안이 확산하면서 영국 은행간 금리인 리보는 6일(이하 현지시각) 0.37%포인트 상승한 2.37%를 기록했으며 유럽은행간 금리인 유리보는 0.01%포인트 오른 5.35%로 7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위험자산인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는 2년물금리가 0.14%포인트 떨어진 1.45%, 10년물금리가 0.13%포인트 하락한 3.477%를 나타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값도 12월 인도분 선물이 온스당 33달러 오른 866.20달러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 조성준 연구원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에 대한 신뢰가 약화해 유동성 확대에도 신용은 수축되고 있으며, 달러 부족 현상은 이머징국가들의 환율을 급등시켜 금융위기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울 마지막 카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 정례회의 혹은 그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하고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리인하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책과 어우러져 투자심리를 완화하며 자금경색 문제를 없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증시는 유동성의 힘으로 밀려 올라가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할 수 있다.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 낙폭이 큰 우량주가 먼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전망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으므로 일단 보수적인 관점에서 단기매매에 치중하거나 관망하는 투자전략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금보유 비중이 높거나 배당금이 많은 기업이 연말을 맞아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주목하라고 권유한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증시가 안정을 찾으려면 원·달러 환율의 안정이 선행돼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아야 한다.

환율이 안정되면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

금리 인하는 증시에 유리한 투자여건을 조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7일 17.83포인트(1.31%) 내린 1,340.92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글로벌증시 폭락의 여파로 불안감이 높아지며 낙폭이 확대돼 오전 9시35분 현재 전날 대비 26.03포인트(1.91%) 하락한 1,332.85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