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회장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협동조합 관계자)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이 7일 중소기업회관에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민간상생협력위원회'를 설치해 납품단가 문제를 조정·협의하는 데 합의했다고 선언한 뒤 중기중앙회가 발칵 뒤집혔다. 중앙회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납품단가연동제'나 '조합을 통한 가격협상권 위임' 등이 대폭 후퇴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

더 심각한 문제는 사전에 '민간상생협력위원회' 신설을 알고 있었던 임직원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서병문 중앙회 납품단가현실화특별위원회 위원장조차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야 이 같은 내용을 전해 들었을 정도다. 중앙회 한 관계자는 "당혹스럽다"는 말로 중앙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납품단가연동제나 조합 협상권의 경우 전경련의 반발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현실적으로 입법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현실의 벽 때문에 김 회장이 궁여지책으로 '절충안'에 합의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점도 부인하기는 힘들다. 김 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조합에 협상권을 주는 방안을 법에 명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합리적인 절충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중기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인 남품단가연동제 도입 방안을 놓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김 회장이 이같이 결정한 것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갖고오기는커녕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악수가 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업종별 협동조합에서는 국회 입법을 강행하겠다며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간 중기중앙회는 원자재가 폭등,납품단가 현실화 등의 이슈를 제기해오면서 "우리 사회는 '경제민주화'가 멀었다"고 볼멘소리를 내왔다. 중소기업 사장이 대기업 과장을 만나기 어려운 '을(乙)'의 처지를 빗댄 말이다. 하지만 정작 중기중앙회부터 조직 내부의 민주화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시점인 듯하다.

이정선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