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근감이 가는 얼굴 아니냐", "늘 싱글싱글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샷도 시원시원하고 성격도 밝은 것 같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후계자로 촉망받고 있는 세계랭킹 6위 재미동포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이 사실상 처음 만난 국내 팬들과 '소통'에 성공했다.

앤서니가 출전한 제51회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가 열린 충남 천안 우정힐스골프장은 나흘 내내 구름 관중으로 붐볐다.

5일 최종 라운드에는 1만5천여명이 골프장을 찾아왔고 챔피언조는 갤러리가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빼곡하게 들어차는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했다.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른 배상문(22.캘러웨이), 김위중(27.삼화저축은행), 그리고 바로 앞 조에서 패션감각이 빼어난 유럽프로골프투어의 강자 이언 폴터(잉글랜드)와 김대섭(27.삼화저축은행), 김형태(32.테일러메이드) 등을 보러온 팬들도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앤서니를 보겠다며 달려왔다.

국내 대회에서 이만큼 관중을 동원했던 선수는 최경주(38.나이키골프)와 박세리(31), 한때 인기가 높았던 위성미(19.미국 이름 미셸 위) 뿐이었다.

앤서니는 이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나흘 동안 선두권을 달리며 폭발적인 장타와 핀을 직접 노리는 고탄도의 공격적인 아이언샷 등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기량보다는 팬과 교감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국제기준'에 미달하는 국내 팬들의 관전 매너에도 늘 웃는 낯으로 대한 앤서니는 팬들과 만남을 경기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듯 했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데 30분 이상씩 할애했다.

사인을 해주다 말고 "기자회견을 하고 돌아오겠다"며 자리를 뜬 앤서니는 반드시 다시 돌아와 사인을 계속해줬다.

사인 뿐 아니라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도 스스럼없이 응했다.

연습장에서 연습을 할 때면 사진을 찍는 팬들을 위해 일부러 구분동작으로 스윙을 하는 배려도 했다.

늘 '까칠하다'는 인상만 남겼던 다른 세계적 스타 선수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는 반응이었다.

앤서니는 "이렇게 뜨겁게 환영해주는 팬들이 너무 고맙다"면서 "앞으로도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성중(66)씨는 "앤서니가 한국에 오니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좋다고 했다"면서 "미국에서 받던 갈채도 대단했지만 한국 팬들의 응원이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천안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