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여야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장을 청와대로 초청,만찬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지난달 25일 회동이 비교적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것과 달리 이날 만찬에선 민주당이 초반 작심한 듯 주요 현안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대통령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내세우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신공안정국 및 언론장악 논란 등을 강하게 거론,대립각을 세웠다.

이 대통령은 "야당이라고 반대하고,여당이라고 밀어붙이는 시대가 아니다. 위기에선 여야가 없다"며 "정기국회가 시작되니까 여러분들의 협력이 많이 필요하다. 내가 잘 좀 부탁하려고 하는 자리"라고 운을 뗐다. 또 "어려운 것을 극복하기 위해 여야 간 원만한 합의를 이루겠다는 뜻과 생산적 국회가 되자는 뜻을 모아 건배하자"고 제의했다. 정부의 각종 개혁 과제 및 민생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이에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들 얘기가 IMF 외환위기 때보다 경제가 더 어렵다고 한다"며 국정 쇄신 및 인적 쇄신을 주장했다. 인적 쇄신 대상자는 고환율 정책으로 경제를 어렵게 한 경제팀 책임자,종교 개입 논란을 야기한 치안책임자,언론 개입 논란을 일으킨 방송통신 책임자 등이라고 지적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어청수 경찰청장,최시중 방통위원장의 경질을 촉구한 것이다. 원 대표는 또 "종부세 폐지 내지 완화는 일부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인데,민주당이 주장하는 부가가치세 30% 완화는 모든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 없이 듣기만 했다.

금융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안일한 것이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에 이 대통령은 "내부적으로는 단단히 대책을 세우되,정치 지도자들은 너무 불안감을 부추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앞으로 야당이 요구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달라"며 "특히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면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만찬에선 소주 폭탄주가 돌기도 했다.

홍영식/노경목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