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과 폴리페놀은 모두 같은 벤젠고리(C6H6)에서 나왔지만 그 성질은 천양지차다. 벤젠고리의 수소(H) 하나가 수산기(OH)로 치환되면 페놀이 되고,수소가 2개 이상 치환되면 폴리페놀이 된다. 페놀도 살균효과가 있어 19세기만 해도 소독약,구강마취제 등으로 이용됐지만 암 유발 등 부작용으로 지금은 쓰지 않는다. 인체에 독성이 있어 2차대전 때는 나치가 학살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폴리페놀은 암·충치·동맥경화 등의 예방효과가 우수하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 때문에 폴리페놀이 함유된 카카오 와인 녹차 등이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폴리페놀도 과하면 이로울 게 없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는 "사람은 산화(酸化)를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데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페놀처럼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며 "(폴리페놀이)'풍부한''다량 함유' 등의 수식어를 붙이는 제품들은 그저 광고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존(O₃)도 마찬가지다. 대기권 오존층은 자외선을 흡수하고,그릇을 소독할 때 오존살균기가 쓰이는 등 이로운 면이 있다. 그러나 공기 중에 오존이 과다하면 기상청이 오존주의보를 내리고 외출을 삼가라고 할 만큼 인체에 독성도 있다. 결국 화학물질은 적당한 양이면 유익하지만 아무리 좋은 성분도 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얘기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