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액션영화 '이글 아이'가 오는 9일 개봉된다.

이 작품은 휴대폰과 PDA 등 각종 전자기기를 통해 슈퍼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10여년 전 기획한 것으로 관련 기기들이 현실화된 최근에야 '다크 엔젤'의 D J 카루소 감독을 기용해 만든 것.

미국 전역에서 100번의 로케이션으로 촬영해 사실적이면서도 속도감있는 액션을 자랑한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2001스페이스오디세이'와 '매트릭스' 등이 미래형이라면 이 영화는 현재형이라 할 수 있다.

평범한 청년 제리(샤이아 라보프)에게 의문의 75만달러가 입금되고 집에는 각종 무기와 화학약품들이 배달된다. 그리고 "30초 후 FBI가 들이닥칠테니 도망가라"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온다. 졸지에 테러리스트로 몰리게 된 제리는 비슷한 처지의 레이첼(미셸 모나한)과 함께 경찰에 쫓기면서 거대한 음모에 말려든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격신마다 각종 전자기기들이 소품으로 등장한다. CCTV(폐쇄회로TV),PDA,휴대폰과 인터넷,현금입출금기 등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기계들이 곧 주인공을 감시하는 도구다.

제리가 지하철에서 익명의 지시를 거부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놓는 장면은 섬뜩할 정도다. 졸고 있는 낯선 옆사람의 휴대폰으로 명령이 하달되는 이 장면은 감시 대상자의 주변인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까지 다 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전의 SF영화들이 가상공간이거나 우주선처럼 멀리 있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것과 달리 현실성이 뛰어나다. "스필버그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본 후 휴대폰이나 PDA를 두려워하길 바란다. '죠스'를 보고 해수욕을 기피했던 것처럼 말이다"라는 프로듀서 알렉스 커츠만의 말대로 영화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 영화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개인의 정보 수집에 관한 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우리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이동통신회사가 의무적으로 감청 설비를 갖추고 법원 영장을 통해 언제든지 감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인의 인권과 국가 안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글아이'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강해림 인턴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