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 제임스무역 사장ㆍseoulsusan@naver.com >

어제는 '나'를 만나는 날이었다. 한 달에 한번쯤은 자유롭게 '나'하고만 있는 하루를 만들어 놓는데 어제가 바로 그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기대에 가득찬 내가 거기에 있다. '오늘 스케줄 없음.' 충동의 노예처럼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사과 반쪽,그리고 버터를 듬뿍 바른 빵과 커피를 먹고,오전 9시 편안한 옷차림으로 안경을 쓰고 시내로 향한다. 10시,미용실에 들러 요즘 부쩍 생긴 새치머리를 염색했다. 11시,극장엘 갔다. 영화 맘마미아가 오후 2시10분에 시작한다고 했다. 3시간이나 남았다. 우선 티켓을 끊고 근처 서점에 갔다. 이책 저책 내키는 대로 들여다보다가 실용서적만 다섯 권 사서 나왔다. 배가 고프다. 오후 1시,하얀 테이블보가 깔린 작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샐러드와 토마토스파게티를 주문했다. 물론 커피 한 잔도 잊지 않았다.

2층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풍경은 평화롭다. 그러고 보니 과거에는 삼삼오오 또는 쌍쌍이 다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혼자서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나'를 만나는 사람이 적지 않나 보다.

평소 멀리하던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먹고… 드디어 2시,F열 10번 중앙좌석에 앉아서 맘마미아를 본다. 가보고 싶었던 나라,아름다운 지중해 그리스가 배경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바의 노래와 흥겨운 춤이 펼쳐진다. 도나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도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성향의 중년 여성이다. 그녀는 젊은날의 상처도 당당하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표현한다.

자유로운 선택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는 것 같다. 우리에게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녁은 동생 집에 들러 간단히 먹었다.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오늘 하루를 생각한다. 자유는 뭘까. 하루를 푹 쉰 또 다른 내가 말한다. 그래 욕심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나는 오늘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비적'이었다. 아무래도 좋다. 나는 그동안 충분히 생산적이었으니까. 물론 매일매일이 비생산적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누구도 자유를 누릴 수 없을테니 말이다. 하루 정도 쉬어도 세상은 나를 욕하지 않을 것이다.

다툼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가지려 하는 데서 비롯된다.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따로 챙겨놓으면 부족한 다른 쪽이 분노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과 함께 휴식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