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기존 산단에 중복지정 … 국비 50%삭감
기반시설 조성 지자체 부담 … 분양가 인상 불가피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해준다며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해 놓고 오히려 국비지원금을 줄인다니 말이 됩니까. 답답할 따름입니다. "

24일 대구 중구 삼성생명빌딩에 있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사무실에선 정부의 방침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신경섭 투자유치본부장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불거져 당황스럽다"며 "대응책을 찾고 있지만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제자유구역법)'에 그렇게 규정돼 있어 난감할 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의 이 같은 고민은 대구∼구미∼영천 등을 연결하는 11개 내륙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때 기존의 산업단지 등의 건립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들을 경제자유구역에 중복 지정했기 때문이다. 일반산업단지의 경우 기반조성비가 국고에서 100%까지 지원되지만 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될 경우엔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국비보조금이 50% 정도 삭감된다.

결과적으로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 중인 산단들은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 건설비에 대한 국비 지원이 줄어들게 됐다. 이는 사업 지연과 공장용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지역 개발이 날개를 달 것이란 희망에 차 있던 지자체로서는 뜻밖의 걸림돌을 만난 셈이다.

산단과 경제자유구역에 중복 지정된 곳은 모두 4곳에 이른다. 대구성서5차단지와 대구테크노폴리스,이시아폴리스,영천공단 등 대구.경북의 대형 프로젝트들이다. 당장 내년에 실시설계에 착수해 2010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인 대구테크노폴리스는 단지 내 기반시설비용 450억원가량이 국비로 지원될 예정이었지만 225억원이 삭감됐다. 대구테크노폴리스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당장 내년도 실시설계 비용 50억원 중 32억원은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18억원은 대구시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2010년 완료 예정인 성서5차단지도 단지 내 기반시설비로 내년도 예산에 40억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20억원만 반영했다. 2011년 조성이 끝날 예정인 대구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신도시 및 첨단공단 개발사업지구는 사정이 더욱 나쁘다. 지구 내 도로 건설을 위해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이 프로젝트가 100%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시아폴리스는 국비 보조를 받지 못할 경우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분양가 인상 요인이 추가돼 사업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기존 산업단지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진입도로 등 인프라 비용을 일반 산단에 준해서 지원해 주도록 중앙정부에 공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