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에서 여야간의 정책 대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굵직한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이에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기획재정위 정무위 국토해양위 등 주요 상임위원회에서 연일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오는 25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나서 여야간 정책 전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대표"대통령에 반대입장 전할 것"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부동산 세제에서부터 금융규제 완화에 이르기까지 현안마다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임기 초반 국회에서 흔히 이슈가 됐던 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 논란 대신 개별 경제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야는 무엇보다 규제 완화를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를 주창해온 한나라당은 국회 다수의석 달성을 계기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산분리 및 기업규제 완화,그린벨트 해제,부동산 세제 개편,신문ㆍ방송 겸영 허용 등 정책 전반에서 공적 영역을 줄여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반면 민주당은 규제의 타당성을 역설하며 여권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책에서 공적 통제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금융 규제와 관련해서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김효석 원장은 "산업은행 민영화와 금융허브 구상,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여야간 이 같은 입장차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신구 정부의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해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기국회 초반부터 "지난 정부의 대못을 뽑겠다"며 관련 정책의 대폭 수정과 현 정부 정책의 입법화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참여정부 정책 계승을 표방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제 이슈 선점 경쟁이 배경

민주당은 영수 회담을 통해 시장주의에 기반한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를 집중적으로 비판,경제 이슈의 주도권을 잡고 강력한 대여 공세를 전개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에 대비한 의원 연찬회 자료집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통해 집권한 만큼 정기 국회에서 관련 정책 입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가 경제 현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데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절박성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 위기 의식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 문제를 이슈로 이명박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정치권에서 "경제를 빼놓고는 집권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자리잡은 게 큰 이유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정책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 국민에게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있다"면서 "야당에서 정책을 내놓으며 예산을 어떻게 끌어올지까지 함께 고민한 건 이번 국회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강동균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