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 비산동 D지역주택조합장이 아파트 한 채를 둘 이상의 계약자에게 사기 분양하는 수법으로 210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나,조합주택 계약 당사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조합주택이란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지역민(또는 직장인)들이 조합을 결성,시행사가 돼 개발하는 주택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조합원이 미리 결정돼 있어 사업에 대한 위험이 적고,분양가 상한제.임대주택 의무비율 등 규제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조합장이 임의로 조합원 명의를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사업비 횡령 등 전횡이 생길 수 있고,이에대한 사전 검증시스템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이번 사건도 조합장이 사업 시행사의 총 책임자라는 위치를 악용,임의로 분양가를 흥정하고 분양계약을 해서 사고(업무상 배임)가 발생한 것.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조합주택 분양계약을 맺을 때 계약 상대자가 시행사(조합)뿐이라면 시공사와의 연계계약을 요구해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형건설사의 한 조합주택업무 담당자는 "아파트 분양의 계약주체에 시공사를 포함시켜 공급책임을 부여하면,시행사가 임의로 엉터리 분양계약을 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며 "이 같은 보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이번 안양주택조합의 경우 조합장이 시공사 직인까지 도용해 사기분양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조합주택을 분양받고 싶은 수요자들도 이중분양 등의 피해를 줄이려면 분양대금 납입 주체 확인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분양대금은 조합원모집공고에 명시된 시공사 명의(또는 시행.시공사 공동 명의)로 된 지정계좌에만 입금해야 한다.

문제는 계약자들이 지정 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주택조합장 명의의 개인 계좌에 입금하거나 현금을 직접 수수한 경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중 분양의 사기 피해자라도 돈을 지정 계좌에 냈다면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주택조합장과 개별협상을 거쳐 조합장 개인계좌에 납부한 부분까지는 시공사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기사건의 피해자들 중에는 아파트 값을 깎아 준다는 조합장 말에 속아 지정계좌를 통하지 않고 분양대금을 납부한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