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정치자금법 개혁에 앞장섰던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대선전이 치열해지면서 법률상 제한규정을 교묘히 피해 거액의 선거자금 모금을 시도하고 있다.

매케인 캠프의 이 같은 행태는 라이벌인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가 연방정부 선거보조금을 받지 않고, 거액의 선거자금을 모금하며 자금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데 따른 대응책의 하나지만 지난 2002년 민주당의 러스 파인골드 상원의원과 함께 성사시킨 초당적인 정치자금개혁법인 '매케인-파인골드'법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그동안 거액의 돈이 드는 선거풍토를 개혁하고 선거자금 공영제를 강력히 주장해 왔고, 오바마 후보가 대선에서 경쟁자가 연방정부 선거보조금을 받을 경우 이를 따르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점도 비판해 왔다.

하지만 대선전이 치열해 지면서 매케인 진영은 법률상의 선거자금 한도 규정을 교묘히 피해 각종 모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매케인 진영은 우선 연방정부의 선거보조금을 받으면서 지출명세도 엄격히 제한을 받게 됨에 따라 연방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선거자금 전문가인 트레벌 포터 변호사를 수석법률자문관으로 기용해 중용하고 있다.

포터 변호사는 지난 2002년 정치자금법 개혁을 강력히 지지했던 법률가로 이제는 매케인 진영이 빠져있는 정치자금법상의 족쇄를 푸는데 앞장서고 있는 셈.
매케인 진영은 9월에 연방정부 보조금 8천400만 달러를 수령했지만 이와 상관없이 `매케인-페일린 컴플라이언스 펀드'에 기부를 요청하는 인터넷 배너광고를 시작했다.

이 펀드는 연방정부 선거보조금을 받는 후보가 정치자금법 준수에 필요한 법률.회계비용 마련을 위해 개인적인 기부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따른 모금 방식으로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이 배너광고 한쪽에는 펀드에 기부되는 돈의 일부가 선거광고나 다른 비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씌어있어 법률.회계비용을 공제해주겠다는 법 취지와는 다르게 이용되는 셈이다.

물론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도 이 같은 펀드에 기부된 돈을 선거광고 비용의 5%를 부담하는데 쓴 적이 있다.

`매케인-파인골드법'의 핵심 중 하나는 정당에 제한 없이 기부할 수 있는 소프트머니(정당헌금)를 규제하는 것. 하지만 매케인 선거자금 모금책들은 `공화당 전국위원회'나 일부 주(州) 공화당 지부 계좌로 7만 달러 이상의 헌금을 요청하는 캠페인을 전개중이다.

물론 과거에도 `합동 선거자금 모금위원회'가 자금 모금수단으로 이용돼 왔지만 매케인 진영은 한발 더 나아가 최저 1만 달러에서 최고 2만 3천 달러까지 헌금을 받을 수 있는 공화당 주(州) 지부 계좌를 연계시키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웹 사이트에도 `합동 선거자금 모금위원회'로 기부를 하도록 하는 버튼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물론 오바마 진영도 합동모금 전략을 구사하다 최근에 주 지부를 위한 별도 계좌를 만들어 그 액수는 그리 크지 않다.

일각에서는 `합동 선거자금 모금위원회'로 유입되는 기부금 총액이 매케인이 추방하려 한 소프트머니에 육박할 것이란 지적도 내놓고 있다.

매케인 진영은 또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4년 선거에서 활용한 `하이 브리드 광고' 방식까지 이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이 브리드 광고는 선거광고 비용을 공화당과 분리시키는 것으로 이후 민주당 측도 이를 모방해 사용한바 있다.

이에 대해 매케인 후보 대선본부의 브리안 로저스 대변인은 "일부 매케인 후보를 중상하는 사람들은 그의 개혁 이미지를 핑계삼아 선거자금 모금이나 사용을 모두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한다"면서 하지만 매케인 캠프는 모든 관련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