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제임스무역 대표 seoulsusan@naver.com>

미용사는 말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하고 택시기사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가는 미용실에서는 나를 누구누구 엄마라고 부른다. 그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묻지도 않는다. 원장에게 미용사들이 편안한 성격을 가졌다고 했더니,고객을 오랜 단골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사생활을 캐묻거나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은 금기로 하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미용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을 아는 손님들은 자연히 수다를 떤다. 드라마 주인공,박태환ㆍ이용대가 잘생겼다는 등이다. 연예인의 성형수술 이야기도 화제다.

비슷한 서비스 직종으로 분류되는데 택시 기사들은 말이 많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나의 의견을 묻기도 한다.

처음에는 많이 다르다고 의아해 했지만 곧 생각을 고쳤다. 미용실과 달리 택시는 승객을 단골로 삼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나는 손님은 항상 처음이자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들이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1년에 한두 번 고향에 갈까말까 하던 시절에나 가슴 설레고 손꼽아 기다려졌지만 솔직히 요즘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휴대폰으로 언제든지 부모님이나 친지에게 문안인사를 드릴 수 있고 평소 휴가철에도 자주 고향에 내려가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명절증후군이라고 하면 대개 고된 명절노동을 말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남을 배려하지 않는 품행과 가시돋친 말이 병인(病因)이 된다는 생각이다.

바쁜 일상에 쫓겨 평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인 명절에 껄끄러운 얘기를 하다보면 좋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곤 한다. 결혼을 왜 하지 않느냐,사업이나 직장은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느니 잃었느니,애들이 버릇없다는 등 즐거워야 할 명절이 설화(舌禍)로 인해 가슴에 멍을 남긴 '멍절'이 되기도 한다. 우리네 삶처럼 말에도 품위와 품격이 있다.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는 특히 그렇다. 올 추석은 우리 모두에게 밝은 미소와 칭찬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