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와 함께 새만금 간척지 활용 계획 역시 1년여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농지 비중이 70%에서 30%로 축소된 반면, 인수위 시절부터 제기된 '새만금을 두바이처럼'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산업.관광 용지 비중은 늘어났다.

이같은 정책 변경에 따라 사업비는 당초 예상 규모의 2배로 늘고, 환경 관리나 골재 조달 등의 측면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땅 자체가 농지관리기금 등 농업 예산으로 조성되고, 곡물가 폭등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 5개월의 연구만으로 농지 비중을 절반 이하로 대폭 줄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사업비 19조..두 배로 불어
4일 국토연구원 등 5개 연구기관이 발표한 '새만금 토지이용 구상안'에 따르면, 농업:비농업:유보 용지를 각각 30:38:28의 비율로 개발할 경우 필요한 사업비는 용지조성비 12조1천억원, 기반시설사업비 6조8천억원 등 약 18조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재원은 국비 7조8천억원, 지방비 5천억원, 민간자본 10조6천억원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사업비 규모는 농업과 비농업 비중이 반대로 70:30이었던 참여정부 계획상 사업비 9조5천억원의 무려 2배다.

농지의 경우 별도의 복토(흙을 쌓아 다지는) 공사가 필요하지 않은 반면, 산업.관광 등 이외 용도로 사용하려면 간척지에 반드시 5m 높이 이상의 흙을 쌓고 전력.수도 시설도 깔아야하므로 비농업 활용 비중이 늘어날수록 사업비용은 크게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모래나 흙 등 골재를 어디서 끌어오느냐도 문제다.

새만금 토지 개발에 필요한 토량은 약 7억㎥에 달하지만, 현재 확실히 확보된 양은 군산항 준설 과정에서 나오는 4천500만㎥가 전부다.

나머지 6억㎥를 결국 해안에서 퍼와야하지만, 이 경우 해양 환경 및 생태계 훼손을 감수해야한다.

◇ 만경강유역 수질 관리 우려
비농업용 시설이 많아진만큼 대부분을 농지로 상정했던 환경 관리 계획도 전면 수정돼야한다.

당초 참여정부는 환경 문제를 고려, 동진강 수역을 우선 개발하고 만경강 수역의 경우 일정 수준의 수질이 확보된 뒤 개발하기로 했지만, 정부는 2010년까지 환경대책을 마무리짓고 만경.동진강 유역을 동시 개발한다는 방침이어서 새만금 환경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연구원도 구상안에서 "만경강 상류지역에서는 가장 강력한 수질 대책인 '시나리오 3'에 따라 대책이 마련돼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원의 '시나리오 3'은 전주 하수처리장 등 대규모 처리장에 화학처리 기법 등을 도입해 육지에서 흘러드는 인(燐) 등의 오염 원소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당초 1조4천568억원 규모로 책정된 새만금 환경대책 사업비를 2조5천억원으로 늘려 2010년까지 만경강 수역 수질을 개선한다는 계획이지만, 2년여 남짓의 기간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환경운동연합은 새 구상안에 대해 "현재 담수호의 수질오염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지를 대신해 대규모 산업시설과 신도시 등이 들어설 경우 수질오염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 실제 수요 있나?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새만금으로 대규모 외국자본이 흘러들고 첨단 골프장과 산업단지가 빠르게 들어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토연구원은 용도를 정하지 않은 28%의 유보용지와 관련, "예를 들어 보잉사 등이 우리나라에 공장을 짓고 싶다면 언제라도, 적기에 새만금 땅을 공급해주기 위해 남겨두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실제 새만금 외자 유치 실적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전북도가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고, 최근 출범한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이 활동에 나서겠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새만금 투자 유치 건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땅 조성 작업이 마무리 된 뒤에야 유치 성과가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국토연구원은 전국 골프장 이용객이 연간 3%씩 늘고 새만금 지역이 이들 가운데 최대 2%를 수용한다는 가정에 따라 새만금에 2020년과 2030년까지 각각 3개, 5개의 골프장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내 비수도권 지역 골프장 수요가 그렇게 늘어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고군산군도 부근에 24선석(부두) 규모로 짓는다는 신항만 역시 실제로 충분한 물동량 수요가 있는 것인지 확실치않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전북도의 주장이 워낙 강해 구상안에 넣긴 했지만 여전히 논란거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국토연구원 등의 용역 결과가 인수위가 제안한 '농지:비농업 비율 3:7'이라는 기본 틀에 맞춰 5개월만에 급조돼 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양하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에서 용역을 의뢰받을 때, 인수위 자료와 2007년도에 저희가 제시했던 기본 구상안을 토대로 연구 용역을 수행토록 받았기 때문에 '비농업과 농업 7대 3' 비율 자체를 바꾸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는 앞으로 새 정부가 추진해야할 정책 전략으로서 그런 기본 방향을 정해놓았고, 우리는 여기에 대한 타당성 등을 정밀 분석해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해 고충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