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서 증인 신문

2003년 8월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될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었던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외환은행의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했었고 지금도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에서 김 의원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외환은행이 잠재 부실 채권을 안고 있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으면 적기시정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각 전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겨 9.55% 아니었느냐고 검찰이 따져 묻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BIS 비율은 어떤 시점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어느 시점에 얼마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흥은행과는 달리 외환은행을 공개매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외환은행은 경영진과 대주주들이 증자로 부실채권을 정리해온 관행이 있고 외환은행을 공개매각하려면 외환은행의 부실을 시장에 알려야 해서 시장에 새 불안요인을 줄 수 있었다"면서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같은 판단을 한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검찰이 "외환은행을 국내 은행과 합병하는 것은 왜 고려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합병은 정부와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간 주주 이익 등의 문제인데 양쪽 은행의 의사가 합치된 게 아니라면 정부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론스타의 인수자격과 관련해 김 의원은 "2003년 2월말 경제부총리 취임 당시 론스타의 인수자격 법률문제는 협상 과정에서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진행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변호인은 반대 신문을 통해 "나중에 보니 매각이 불필요했느냐"고 물었고 김 의원은 "좋은 전략적 투자가가 있었으면 다른 문제지만 없었기 때문에 차선의 대안은 된다고 봤다.

매각은 불가피했고 그 선택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재차 답했다.

검찰은 2003년 당시 주가가 상승하는 등 시장이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였다는 금융당국의 보도자료와 외환은행이 2003년 초 재경부에 보고한 문서 등을 토대로 외환은행 매각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김 의원은 "적극적으로 상황을 해석한 자료가 아닌가 싶고 내 기억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당시 위기 요소가 없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고 검찰도 그렇지 않다.

외환은행의 매각을 옹호하기 위해 위기 상황을 언급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다가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하는 등 증인 신문 과정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검찰은 2003년 외환은행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최대 8천252억 원 낮은 가격에 불법 매각됐다고 보고 변 전 국장과 이강원 외환은행장 등을 기소했으며 매각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었던 김 의원 및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2006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수사하면서 김 의원과 전 전 감사원장, 이헌재ㆍ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을 줄줄이 소환해 론스타 측의 로비를 받고 매각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조사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했었다.

2일에는 전 전 감사원장이 출석해 증인 신문을 받는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이세원 기자 nari@yna.co.kr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