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의 주가가 29일 일제히 하한가로 폭락했다. 작년 말 인수한 미국 건설장비 업체인 밥캣의 실적 악화가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된 탓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밥캣 인수 과정에서 설립한 해외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인터내셔널(미국)'과 '두산홀딩스 유럽(아일랜드)'의 10억달러(약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가 5억1900만달러,두산엔진이 4억8100만달러를 각각 출자하며 출자금은 내년 6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납입된다.

국내 증시는 이번 증자를 대형 악재로 받아들였다. 밥캣의 영업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것.밥캣의 실적이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이 낮아 두산그룹이 조만간 추가 자금조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겹쳤다.

증권사들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증권은 두산인프라코어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바꿨고,미래에셋은 목표주가를 3만2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낮췄다.

두산그룹은 이날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밥캣의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고 해명했다.

두산의 이번 증자 자금은 밥캣을 사들일 때 썼던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두산은 밥캣 인수자금 51억달러 중 12억달러는 자체 조달자금과 재무적 투자자 유치로 확보했고 나머지 39억달러는 산업은행 주관의 신디케이트론(금융회사 공동대출) 형태로 조달했다. 신디케이트론 중 10억달러는 두산인프라코어(7억달러)와 두산엔진(3억달러)이 은행으로부터 차입하는 형식을 취했고,나머지 29억달러는 밥캣의 자산을 담보로 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이용했다.

두산그룹은 LBO를 통한 자금조달때 차입금 규모(29억달러)가 밥캣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용 차감전 이익)의 7배를 웃돌지 않도록 유지키로 금융회사들과 약속했다. 연간 EBITDA가 4억1000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건설장비 수요가 줄면서 밥캣의 작년 말 기준 EBITDA는 기준치보다 5800만달러가량 낮아졌다. 이에 따라 두산은 증자자금 10억달러 중 8억달러를 활용,LBO 방식으로 빌린 부채를 21억달러로 낮추기로 했다. EBITDA가 3억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차입 조건이 유지되도록 만든 것이다. 나머지 증자자금 2억달러는 투자재원용으로 묻어둘 계획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