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29일 "대기업에 감세를 하면 전 계층에 (효과가)확대되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날 충남 천안 지식경제부 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 참석해 '하반기 주요 국정과제 및 추진계획'을 보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수석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9~10월 금융ㆍ외환위기설과 관련해선 "외채가 늘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세제 개편


박 수석은 당정이 추진 중인 감세정책에 대해 "'부자를 위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지만 최근 3년새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낮췄다"며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이른바 조세경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가 좁아지고 있어서 우리끼리 법인세를 낮추느냐 안 낮추느냐를 논쟁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수석은 "직접세를 낮추면 당장 가진 사람, 부자, 고소득층에 도움이 되지만 간접세를 낮추면 저소득층에 더 도움이 된다"면서 "대기업에 감세를 해도 전 계층에 확대되는 '트리클 다운' 효과가 있다. 세 부담을 줄여 소비투자와 저축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B정부 6개월 평가


박 수석은 이날 특강을 시작하며 "대선 때 540여만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개월간 지지율을 상당부분 까먹고 친정으로 돌아와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의 가장 큰 열망인 경제살리기가 안 됐다"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참여정부 6개월을 조목조목 비교하는 대목에서는 논리정연한 강단이 엿보였다. 그는 "최근의 유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경제성적표가 그렇게 참담한 것은 아니며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평가한 뒤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했을 때 전반기 6개월 성장률이 3.02%였고 우리는 5.3%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9월 위기설


박 수석은 9월 금융위기설과 관련, "1997년 금융위기 때 국내 은행이 동남아 등 해외에서 차입을 많이 했지만 지금 단기 외채가 느는 것의 상당 부분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은행들이 차입한 것"이라며 "이들 채무는 기본적으로 외국계 은행의 책임이므로 우리가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지방건설사 사정이 좋지 않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하는 저축은행들의 상태도 악화되고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수석은 참된 산업화와 어설픈 민주화가 아닌 성숙한 민주화를 국정이념으로 제시하며 "통합형 자유주의를 철학적 기반으로 지향가치를 설정했고 행동규범으로는 창조적 실용주의를 통해 국민 민복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천안=이준혁/김유미 기자 rainbow@hankyung.com


용어풀이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의 부가 늘면 소비가 증가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까지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하방침투 효과를 말한다.